이한빛 엔터테인먼트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승인에 참여한 헤럴드 컨소시엄은 법적 근거 없는 중복투자 규제의 희생양이 됐다. 형식 논리에 빠진 방통위는 실질적인 정책목표 달성보다 ‘승인 후 시끄럽지 않을’ 복지부동적 선택에 안주했다.
국가 정책을 체에 비교한다면 그 체는 매우 정교하고 섬세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를 당사자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논리, 즉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집행해야 함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번 방통위의 종편 및 보도채널 ‘중복투자 규제’를 이에 비춰보면 당국은 과연 이러한 고민을 충분히 했는가 의문이 든다. 신청법인 간 차별성을 강화해 방송의 다양성을 제고한다는 목표 아래 시행된 중복투자 규제는 그 시작부터 법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방통위 스스로도 지난 2010년 9월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통해 “현 방송사업자에도 적용되지 않는 지분제한을 신규사업자에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중복투자 금지의) 법적 근거 없이 종편 및 보도채널사업 참여에 대한 결격 사유를 제시하는 것은 위법성 논란 발생이 우려된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5% 이상, 5% 미만 주주의 중복참여 배제방안만 상세화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그 법적 근거와 실질적 적용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헤럴드미디어의 경우처럼 실제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희생양’에 대한 고민보다는 형식적 완결성만을 강조한 결과다.
또 방통위는 선정된 사업자가 상장할 경우, 그 주식의 매매에 대한 제한이 불가능하기에 중복투자 규제의 실효성에 스스로도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보도채널은 사실상 0개 선정한 것”, “보도채널은 종편의 들러리”, “방송다양성 살린다더니 결국 공영 보도채널만 2개 생겼다” … , 종편 및 보도채널의 신규 선정이 끝나고 나서도 미디어 업계는 시끄럽기만 하다. 방통위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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