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시비로 나라가 시끄럽다. 국회 임명동의권을 쥐고 있는 한나라당의 ‘부적합’ 의견 표명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외유 중 귀국한 김무성 원내대표는 또 딴소리다. 청와대 역시 대통령 인사권에 집권 여당이 반기를 들었다며 불쾌한 반응이다. 당ㆍ정ㆍ청 모두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답답한 행보를 하고 있다. 툭하면 터지는 인사 파문에 국민들은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정 후보자의 감사원장 내정은 MB인사의 고질적 부실과 한계를 드러낸 결정판이다. 애당초 터무니없는 인사였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확보돼야 할 국가 감사기구 수장에 대통령 비서진 출신을 기용한다는 발상부터가 상식 밖이다. 감사기관을 권력의 틀 안에 놓고 좌지우지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게다가 고위직 인사기준은 정책 수행 능력 못지않게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 기관과 공직자의 도덕적 일탈을 감시하는 감사원장은 전관예우로 로펌에서 월급을 1억원씩 받았던 인사가 앉을 자리가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정서와도 거리가 멀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이 레임덕 자초의 부담을 무릅쓰고 부적격하다고 했겠는가.
정동기 사태가 더욱 낙담스러운 것은 불과 넉 달 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이재훈 두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벽을 넘지 못했던 충격적 교훈을 벌써 잊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지난 8ㆍ8 개각에서 낭패를 당한 이후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인가. 정 후보자 문제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임태희 비서실장 등 보좌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나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고집하면 도리가 없다. 시스템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는 아직 2년이나 남았다. 인사 파문으로 당ㆍ청 사이의 갈등이 길어지면 레임덕 현상은 불가피하다. 국가와 국민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 판이 그렇게 확대되지 않도록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 후보자의 즉각 사퇴와 하루빨리 새 적임자를 찾는 게 순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회전문을 닫고 인재 풀을 넓혀야 한다. 대상자를 정해놓고 적격 여부를 따지지 말고, 적합한 인사를 총망라해 그 중에서 골라야 한다. 측근과 자기 편한 사람보다 지인관계가 아니어도 능력있는 인사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