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 역사적인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1997년 장쩌민(江澤民) 주석 이후 모처럼 중국 국빈을 맞는 미국은 지나칠 정도로 대접이 극진하다. 만찬장은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온통 치장했으며, 미셸 오바마 백악관 안주인은 중국풍 드레스로 예의를 갖춘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중국 홍보 동영상이 돌아가고, TV에선 중국 관련 특집물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14년 사이에 확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눈과 귀는 우리 시각으로 20일 새벽쯤 결과가 나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의 정상회담에 온통 쏠려 있다. 사실상 세계 주요 2국(G2)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 재정립과 새로운 국제 질서의 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과 무역역조 개선 등 경제 현안을 비롯, 테러 척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방안, 기후변화, 중국 인권과 대만 문제 등의 의제는 회담 결과에 따라 세계 정세와 국제 관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선 핵심 의제 중 하나인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결과는 도출하기 힘들 것이다. 설령 공동성명 등에서 언급하더라도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평화적 해결 등의 원론적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후 주석이 정상회담에 앞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한반도 통일은 독립적이고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제적 책임과 주권 존중을 각각 요구하면서도 큰 틀의 타협점을 찾으며 국제 질서를 재편해 나갈 것이다. 한반도 문제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긴 힘들다. 지루한 남북 간 대치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이 내세우는 ‘대화론’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대북 강경 기조를 거듭 강조할 이유는 없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선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이 흔들려선 안 된다. 이를 국제사회에 충분히 전파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