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무상 복지’ 정책에 당내 역풍이 거세다. 경제부처 장·차관 또는 경제·경영학 교수를 지낸 20여명의 전문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무상복지 정책 검증단을 구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당 정책위가 마련한 무상의료, 무상보육, 대학 등록금 반값 등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책임 있는 정당의 복지 정책은 합리적 재원 조달 방안과 실효성 등을 충분히 따져보고 발표하는 게 순서다. 그러나 일련의 민주당 ‘무상 복지 패키지’는 그런 절차에 충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즉흥적이고 대중영합적인 복지 정책은 포퓰리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보다 못한 당내 전문가들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제1 야당의 건전한 책임정당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정책 옴부즈맨을 자처하는 세력이 민주당 내에 형성되고 있는 것은 보기에 좋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 경쟁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다. 당장 민주당은 공식기구인 ‘보편적 복지위원회’를 부랴부랴 구성하는 등 주춤한 분위기다. 또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복지 논쟁만 해도 여야 간 무의미한 대립과 상대를 폄하하는 정치 공세만 난무할 뿐 생산적 토론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정책검증단이 움직이면 당리당략적 정쟁만 일삼는 저급한 정치가 아닌, 정책 경쟁으로 승부하는 고급 정치로 승화할 수 있다.
모임을 주도하는 김효석 의원은 “복지 정책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핵심을 찔렀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기대하는 것은 복지 분야인데 정치적 이득만 따진 채 정책을 마구 쏟아내면 되레 실망감만 커진다는 것이다. 70년대 후반 이래 복지선진국들이 심각한 복지병에 시달린 경험을 배워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할 정도는 돼야 비로소 정책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카드로 재미를 봤다. 그 여세를 몰아 의료와 교육, 보육 분야 등에서 무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한나라당은 ‘70% 복지’라는 어정쩡한 카드를 들고 복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런 식의 퍼주기 복지 경쟁은 ‘칼 끝의 꿀’이 되기 십상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세밀하고 촘촘히 다듬은 복지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민주당 정책 전문가 집단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