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월세 시장 불안이 갈수록 짙어진다. 정부의 1ㆍ13 전ㆍ월세 안정대책 발표 열흘이 지났으나 전세가는 더 뛰고 매물구득난은 심각하다. 지난해까지 주당 평균 0.2%포인트씩 오르던 전세가는 신년 들어 2주 연속 0.4%포인트씩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로 강남 등 요지와 역세권 매물은 아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수도권 외곽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50%대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 요지권 중소형 전세가가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인 3억~4억5000만원에 달한다. 매매를 보류한 전세 유지 수요 증가와 금융위기 당시 급락했던 전세가의 회복이 주 원인이다. 여기에 도심 재건축 등으로 인한 멸실수요까지 겹치면서 임차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오히려 위축, 수급불안을 가중시켰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수롭지 않게 대응, 화를 키웠다. 지난 9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가 급등이 재차 집값 상승을 불러온 경험조차 간과한 것이다. 급기야 뒷북대책으로 공사 중인 9만7000가구의 아파트 조기 준공과 매입임대주택 제공, 전세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연례적으로 설이 지나면 봄 이사철 수요까지 겹쳐 전세 시장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올 봄철 전세대란이 심각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자가수요가 임대수요로 전환되는 패러다임 변화에 걸맞은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 목돈 들인 내집 값의 가치 보전이 어려워지면서 매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1~2인 소가구화가 빠르게 확산,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등이 전세난을 부채질한다. 전통적인 자가보유 중심의 땜질대책 대신 생활권 단위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 총량적 공급 규모 확대는 의미가 없다. 월세수요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저금리와 부동산 투자수익 감소는 우리만의 고유 임대유형인 전세시장을 급격히 퇴조시킬 것이다. 현재의 전세난도 월세 전환에 따른 후속 여파로 봐야 한다.
아울러 월세 등 임차인 보호대책도 아울러 강화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33개국 가운데 한국의 세입자 보호 정도가 9번째로 낮다는 것은 그간 자가보유 중심 주택정책만 강조돼왔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인구와 1인가구 증대, 주택선호 변화에 따른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관계당국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