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겠다고 귀화한 외국인이 10만명을 넘었다. 지난 1957년 당시 대만 국적의 손승일 씨가 귀화 1호를 기록한 이후 54년 만이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0.2% 선에 불과하지만,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로 본격 진입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더욱이 귀화자는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한 해 평균 30여명에 지나지 않던 귀화자가 최근 10년 사이 연 1만명 선으로 급증했다. 2009년에는 무려 2만5000여명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런 추세라면 50만, 100만 시대도 금세 온다. 인종과 피부색깔이 다른 ‘한국인’은 결코 낯선 모습이 아니다.
대부분의 귀화자는 국제결혼과 정부의 입국문호 확대 조치로 돌아온 중국 동포들이다. 그러나 한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특히 사회 변화에 따른 제도 개선 등으로 전문직 종사자 등 우수한 외국 인적자원이 귀화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10만번째 귀화자로 기록된 인도 출신 로이 알록 꾸마르 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1980년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처음 들어와 대학교수로 활동하며,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몄다. 꾸마르 교수는 그동안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한국 국적 취득을 망설여오다 올해부터 이중국적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한국인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중국적에 너무 인색할 필요가 없다. 인도와의 교류 여지가 커진다.
정부와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의 꾸준한 활동에 힘입어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타적 분위기는 한결 누그러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귀화인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란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귀화인과 심지어 그 자녀까지 이방인 취급하며 냉대하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품는 자세가 필요하다.
120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 또는 귀화자와 그 자녀들이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품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국제사회도 한국을 이미 단일민족이 아닌 다민족국가로 분류했다. 갈수록 깊어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순혈주의’로는 이제 더 이상 국가 경쟁력을 지켜나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귀화자와 거주 외국인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국가기관 설립 등 우리 사회 시스템의 전반적 개편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