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복지논쟁 가열
핵심 쟁점은 재원 마련
맞춤형·무상복지 논란 떠나
실정맞는 복지 청사진 절실
제1야당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가 복지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대학등록금, 이른바 ‘3+1 복지정책’을 들고 나왔다. 보편적 복지를 내건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반론이 만만치 않다. 맞춤형 복지(선별적 복지)를 내세우는 한나라당은 민주당 무상복지를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혈세 퍼주기 위장복지’라고 맹공한다. 복지 논쟁은 내년 양대 선거 최대 정책 이슈로 두고두고 정치 이슈화할 게 분명해 보인다. 각 정당의 복지정책이 청사진을 모두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 평가하기는 이르다.
여러 정치세력의 대선주자들도 각양각색의 복지 속내를 내비치고는 있지만 총체적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단계다. 그러나 그 서막은 이미 올랐다. 논쟁의 핵심은 복지재원 마련이다. 민주당의 ‘3+1 복지’ 소요 재정은 약 16조원. 증세나 세금 신설 없이 재정구조 개혁과 배분방식 변경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부자감세 철회, 세 감면 축소,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국방비 지출 감축, 건강보험 등의 개혁을 예로 들었다. 반면에 이에 맞서는 쪽에서는 ‘복지는 세금’이라며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한다는 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사회 누군가 떠안아야 하며 지금 세대가 아니면 다음 세대가 짊어져야 한다는 것. 민주당은 정교한 청사진을 마련할 방침이나 보편적 무상복지의 큰 골격은 바뀔 것 같지 않다. 관전 포인트의 첫째는 민주당 추정 무상복지 소요 재정 규모의 타당성과 조달 방안의 실현 가능성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증세 혹은 세금 신설로 무상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면 국민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조세저항을 불러오지는 않을까. 부자만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게 아니라 중산층이나 서민들도 세금을 더 내야 하지 않을까. 셋째, 재원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과잉 복지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불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국가경쟁력을 해쳐 지속 가능한 성장 달성을 어렵게 하지 않겠는가. 선진국 문턱도 넘어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것은 아닌가. 넷째, 부자 감세를 반대하면서 부잣집 학생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건 모순 아닌가. 다섯째, 복지 사각지대를 방치하면서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는 건 레토릭 아닌가.
여섯째, 보편적 복지가 ‘시대 정신’인가, 시대 역행적 발상인가. 복지 선진국들이 재정악화와 국가 누적채무 급증으로 복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사회적 마찰 등 몸살을 앓는 실정. 일곱째, 맞춤형 복지를 내거는 한나라당의 ‘70% 무상복지’에는 문제가 없는가. 정도의 차이만 있지 여기엔 포퓰리즘 요소가 없는가.
여덟째,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등 고용문제의 근본 해결 없이 보편적 복지를 앞세우는 건 타당한가. 아홉째, 공적 연금이나 건강보험의 적자대책은 무엇인가. 국민혈세인 정부 재정에서 보조를 받는 공적 연금의 경우 언제까지 이대로 끌고 갈 것인가.
열째,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복지 방향은 무엇인가. 복지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극빈, 저소득,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를 다지면서 보편적 복지 수위를 점진적으로 병행, 높여 나가는 것. 제반 여건을 감안한 총체적 복지의 최적 규모를 산출, 연도별 복지재정 규모 및 조달 방안과 복지 내용을 제시하는 방식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