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야당은 물론 비수도권의 반발 여론이 뜨겁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대기업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연구ㆍ개발(R&D)센터를 서울과 수도권에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낡은 갈등이 재점화된 것이다. 당장 야당은 2012년 대선과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방에서도 잇달아 성토 분위기다. 대전 지역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25일 각각 성명을 내고 반헌법적 발상이자 시대착오적이라며 연대투쟁 의지를 밝혔다. 부산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등의 시도를 중단하고 상생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경쟁력은 국토 전체 입지 차원에서 다뤄져야지 낡은 균형발전 논리에만 매달려선 어렵다. 일본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이 최근 분산정책을 포기하고 수도권 자원을 십분 활용,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더구나 우리의 국토 환경은 사통팔달 고속도로에 고속철도, 초광역통신 발달로 계속 좁아지는 추세다. 서울~대전이 1시간대로 연결되면서 사실상 중부권 전체가 이미 수도권 아닌가. 중국 베이징은 400km 권역을 수도권으로 인식, 계획 집중을 꾀하고 있다. 부산까지 거리가 수도권인 셈이다.
이런 마당에 조각 낸 지방권 균형발전 주장이 통할 리 없다. 이미 노무현 정부의 기업도시, 혁신도시 개발이 허상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자산의 강제 지방 분산은 끝내야 한다. 정치나 표를 의식할 때가 아니다. 대한국토계획학회가 작성한 수도권 정책방향보고서는 이를 명쾌하게 제시해준다. 자본과 지식 집약적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제조업은 더 이상 인구집중 유발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입지 규제는 국토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불필요한 규제,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는 미래를 위해 걷어내고 수도권이 전국화하는 풍선 효과가 바람직하다. 지난 1984년 수도권 정비계획법 개정 이후 27년간 지속된 공장 신증설 불허 조치는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을 뿐이다. 청정지대 가치가 산업지대 가치를 능가한다는 미래적 시각으로 구시대적 논리를 청산해야 한다. 경직된 행위제한의 주범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 계획적 관리에 중점을 둔 관련법 제정을 서두르길 바란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도 그래야 효과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