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강조했다. “북한은 핵무기 포기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한 것과 “한ㆍ미 FTA의 조속한 의회 통과를 요청한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당초 이번 연설에서 북한 관련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설 중심을 경제 문제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열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충분히 거론,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 핵 문제를 재론한 것은 이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양보도 없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핵 없는 세상’은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공약사항이다. 이를 구현하는 데 두 가지 걸림돌이 바로 북한과 이란의 핵이다. 최근 미국 내에서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론이 고개를 들고,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도 잇따르지만 핵 문제는 별개라는 것이다. 근본 원인이 완전 소멸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은 계속돼야 한다는 원칙은 변할 수 없음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북한 핵 문제가 원칙을 확인한 원론적 언급이었다면 한ㆍ미 FTA 의회 비준 재촉은 한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이번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국 내 FTA 비준 절차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그 자체만으로 7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데다, 야당인 공화당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부는 미 의회 내 일부 한ㆍ미 FTA 반대론자들의 이견을 잠재우는 계기가 된 것이다.
반면 우리 사정을 돌아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단군 이래 최대 통상협상으로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정치력 부재와 야당의 반대로 국회 비준 절차는 거의 중단된 상태다. 지난 연말 예산안 파문으로 아직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민주당 천정배 이종걸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한ㆍ미 FTA 비준 저지를 위한 미국 방문이다. 공교롭게 오바마 대통령이 70차례에 걸친 미국 여야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FTA 조속 추진을 역설하는 시각에 그들은 미국에 있었다. FTA 재뿌리기로 미국에서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얄팍한 정치적 속셈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주변 경쟁국들만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