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정책팀장
MB정부에서 공공기관장 교체의 마지막 ‘큰 장’이 선다.
올해 임기 만료되는 공공기관장은 130여곳으로 전체 공공기관의 절반에 육박한다.
부처별로는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등 산하기관을 많이 둔 부처에서 평균 20여곳의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다.
자연히 현 정권에서 ‘막차’를 타려는 후보자들 간의 경쟁도 달아오를 조짐이다.
고위공무원 인사적체 해소, 내년 4월 총선 출마라는 변수까지 겹쳐 상당히 큰 폭의 인사 바람이 불 전망이다.
대규모 낙하산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장뿐만 아니라 부사장과 감사ㆍ이사직,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낙하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각종 협회와 단체ㆍ연구소까지 합하면 비게 될 자리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공공기관장 자리 경쟁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꿈틀대고 있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와 국토해양부 소속 한국감정원의 신임 사장은 각각 농식품부와 국토부 출신이 차지했다.
금융권의 최대 관심이던 기업은행장은 내부 출신이 올라갔고,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장영철 전 미래위 단장이 취임해 활동 중이다. 지난 21일 마감된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위원장 후보에는 17명이나 지원했다.
또 민간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이 활약한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해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수장 임기만료가 6, 7, 8월에 집중 도래한다.
공기업과 관가에서는 낙하산은 기정사실로 보면서도 어디에서 누가 오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문제는 때마다 대거 교체되는 관행에 있다.
임기가 끝나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는 것에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정부 내부에서조차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교체된 기업은행장의 경우 재정부가 경영평가 결과를 토대로 청와대에 연임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경영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장의 경우 연임을 건의하고, 부진 등급의 경우 자율권을 회수하는 쪽으로 공공기관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만 있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기 만료로 나가는 기관장은 늘 아쉬워하지만 그 자리에 눈독을 들이던 사람들은 자신의 몫인데 무슨 소리냐며 물러나주기를 바란다.
민간에서는 오너의 전폭적인 지지로 최고경영자(CEO)가 수차례 연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5연임에 성공한 전문경영인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단명하는 CEO의 부작용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박 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경험담을 ‘야성으로 승부하라’는 책으로 내기도 했다.
야성이란 자연 그대로의 길들지 않은 성질을 말한다. 야성을 키우기엔 3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다.
임기 만료와 동시에 물러나게 된다면 야성은커녕 단기 실적 관리에 급급하고 인기영합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공기업도 하나의 기업으로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 MB정부 최대의 모토인 공기업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경영의 연속성은 중요하다.
그래서 경영실적이 우수한 기관장을 중심으로 연임에 성공하는 CEO를 보고 싶다.
<김형곤 기자 @kimhg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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