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경제학자인 일본의 석학 오마에 겐이치 교수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일본쇠락의 원인을 ‘대중영합주의 정책’과 ‘’저출산 문제‘에서 찾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즘 우리나라 언론에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오마에 겐이치 교수가 일본쇠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전면 무상급식과 저출산 문제에 대한 논의 말이다.
몇 일전 미국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시켰다. 신용등급 강등의 주된 이유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정부부채 및 재정적자 비율이 주요 선진국 중에서 일본이 가장 높은 수준인데 향후에도 일본 정부부채 비율이 한층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바로 여기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해답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경제수준에서 전면 무상급식은 일본쇠락의 한 원인으로 거론되는 대중영합주의 정책(포퓰리즘)에 다름이 없다.
이제 오늘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본 주제인 저출산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이미 너무나 많은 신문지상에서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대책들이 활자화되어 국민들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아직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대책 또한 복합적이어야 한다. 자녀의 존재가 부모에게 큰 짐으로 느껴지게 해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벌떼작전처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방위 노력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는 양질의 보육시설 확충과 보육비 부담 경감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사교육비 부담 경감과 출산에 긍정적인 가치관 정립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국토해양부는 전세가나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고용노동부나 기획재정부는 청년일자리 창출과 국가신성장동력산업 육성에 특단의 노력을 하여야 하며, 언론․ 기업․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도 힘을 보태고 모아야 한다.
2008년부터 시행된 재산세공동과세의 영향으로 강남구 재정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11년 올 해 예산이 전년 대비 900억 원 이상 줄었다. 그럼에도 저출산 관련 예산은 오히려 전년 대비 64억 원 증액된 572억 원을 편성하였다.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재원은 민간위탁사업과 도시관리공단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된 120억 원으로 충당하였다.
강남구에는 1만3000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구립보육시설 대기자로 등록되어 있다. 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구립보육시설의 확충이 꼭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강남은 땅값이 비싸서 100명 정원의 구립보육시설 하나를 지으려면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로 약 146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작년 7월 강남구청장으로 취임한 후 줄곧 고민한 끝에 기존 동단위 문화센터 문화강좌 프로그램 조정과 공간재배치를 통해 구립보육시설을 확충하기로 결정하였다.
금년에만 기존 문화센터와 구민회관 등 5개소에 215명 정원의 구립보육시설이 설치된다. 이렇게 기존 공공시설 공간재배치를 통해 보육시설을 설치하면 1개소 당 리모델링비 6억 원만 있으면 되며 기간도 3년에서 6개월로 단축될 수 있다. 2013년까지 추가로 8개의 구립보육시설을 문화센터 등 공공시설에 설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체나 종교시설, 그리고 보금자리 주택이나 재건축 단지에 대한 민간보육시설 설치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금년 중으로 종교시설 2개소․ 기업체 3개소․ 보금자리나 재건축 단지 5개소 등 10개의 민간보육시설이 설치되고, 2013년까지는 기업체나 종교시설 6개소․ 보금자리나 재건축 단지 23개소에 추가로 민간보육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공공보육시설 확충 외에도 강남구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범운영해오고 있는 365일 24시간 전일시간제 보육시설 3개소를 금년에는 5개소로 늘리며, 저소득층 자녀의 대학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년부터 장학금 지원 대상을 차상위계층 120%에서 150% 이하로 확대하고 1인당 장학금 규모도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하였으며, 둘째아 이상 다자녀에 대한 출산장려금과 보육료 지원, 만12세 이하 아동에 대한 8종의 필수예방접종비 지원 등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 시험공부를 위해 독서실에 다닌 적이 있다. 그 독서실 복도 끝자락에 있는 대형거울 모퉁이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다. “멈추면 죽는다!” 이 얼마나 섬뜩한 말인가. 아마도 앞만 보고 공부에 정진하던 어느 수험생이 절박한 마음에 붙여놓은 것이리라.
그런데 나는 요즘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면 자꾸만 그 글귀가 떠오른다. 멈추면 죽는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08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5명으로 홍콩(0.96) 다음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세계평균인 2.54명은 물론이고 OECD국가 평균인 1.62명에도 훨씬 못 미친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매년 1.10명 수준이고 다른 변수가 없다고 가정하여 향후 인구변화 추이를 시뮬레이션 해보면 우리나라 총인구가 2100년 천만명, 2200년 80만명, 2300년 6만명, 2305년엔 마지막 한국인이 숨을 거둔다고 한다. 결국 아기 울음소리가 멈추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죽는 것이다. 정말 절박하고 심각한 문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멀지 않아 경제활동인구는 물론 국가안보인력 확보에도 빨간 불이 켜질 것이기 때문이다.
멈추면 죽는다! 사람도. 사랑도. 국가도. 사랑이 멈추면 사람이 죽는다! 아기 울음소리가 멈추면 국가가 죽는다! ‘대한민국의 미혼 젊은이들이여 사랑하라, 결혼하라, 그리고 자녀계획은 최소한 두 자녀 이상으로! 그것이 애국이다.’라고 외치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