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표류 장기화가 설 명절을 기점으로 끝날지 주목된다. 민주당이 ‘예산안 날치기’에 대한 여권의 입장 표명과 설 연휴 기간의 여론 향배에 따라 2월 임시국회 등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 장외 투쟁을 벌여온 민주당으로선 그나마 상당히 진척된 입장을 보인 셈이다. 국회가 민생 현안을 내팽개치고 정쟁만 일삼는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 경제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선 우리 축산업 기반 붕괴가 우려될 정도로 구제역 파동이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세값은 폭등하고, 물가는 천정부지다. 거기에 40년 만의 강추위까지 겹쳐 서민들 겨울나기가 힘겹지만 국회는 지금껏 대책 논의 한번 없었다. 설 연휴 지역 민심을 들어보면 연간 수억원의 국민 혈세를 쓰는 국회의원들이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탄부터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
차제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한다. 장외 강경투쟁을 주도해온 손 대표로선 ‘소득 없는 빈손’이 아쉽겠지만 정치 현안을 이제부터 장내인 국회에서 풀어가기 바란다. 한나라당과 여권이 무리하게 예산안을 처리한 사실은 그동안 ‘투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렸다고 본다. 이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의원들을 더 이상 장외에 머무르게 해선 안 된다. 국회에 들어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독려하는 것이 제1야당 대표로서, 또 차기 대권주자로서 올바른 행동이다. 당내에서도 국회 정상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끝내 외면할 것인가.
한나라당 역시 국회 경시와 정치 현안을 돌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집권당으로서의 책임이 더 클 수 있다. 이번에 임시국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 각종 민생 현안은 또 표류하게 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는 재·보궐선거가 4월에 걸려 있는데 계속 무심해선 안 된다. 예산안 파동과 관련해 대통령 유감 표명이 뭐 그렇게 어려운가. 적어도 민주당을 움직일 정도의 ‘보다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고집이 정치를 표류시키는데 반드시 야당 탓만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