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졸 실업자 35만명
청년 4명중 1명 꼴 실업자
고용할당제 도입 시급
의무조항도 실시해야
‘로제타’는 가난한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벨기에 영화 속 주인공이다. 18세 소녀 로제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직업을 갖고 평범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지만 엄혹한 현실 앞에 좌절한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벨기에 국민들을 울렸고, 벨기에 정부의 청년고용 프로그램인 ‘로제타 플랜’을 제정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7~8% 선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2~16%인 것에 비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그러나 실제 취직을 한 고용률은 40%에 불과하다. 취업준비생이나 구직단념자까지 포함하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23%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청년 4명 중 한 명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가 넘고, 한 해 대학 졸업자는 60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대졸자가 선호하는 대기업 등에 취업할 수 있는 사람은 한 해에 5만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3만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300인 미만 중소기업 20%가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미충원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대졸자의 80% 이상이 정부나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대졸 실업자는 35만여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9학기는 필수, 10학기는 선택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인생의 실패로 보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차라리 취업 재수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취업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미스매치가 청년실업의 주범인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급격히 줄일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취업 문을 확대하는 길이 최선이다. 따라서 ‘한국판 로제타 플랜’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은 ‘50명 이상 근무하는 기업은 근로자의 3%를 미취업 청년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청년 고용할당제’를 말한다. 3% 의무고용을 위반한 고용주에게는 벌금이 부과되고, 이행하는 기업은 사회보장기여금을 감면해 적극적으로 청년 고용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우리 국회에도 지난해 11월 ‘한국판 로제타 법안’이 홍희덕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공공기관과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민간기업은 상시근로자의 5%에 해당하는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렇게 하면 총 7만명이 고용돼 청년실업자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고용을 창출한다고 밝히고 있다.
청년고용특별법 제5조는 ‘공공기관은 정원의 100분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가 아닌 권고 조항으로 아무 효력을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09년 한 해에 382곳의 공공기관 중 191곳이 3% 정규직 청년 채용을 미달했으며, 100곳은 아예 정규직 채용실적이 한 명도 없었다.
‘청년 고용할당제’는 당근과 채찍이 있는 강력한 의무조항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자율성과 생산력 저하의 문제가 대두된다면 몇 년간 한시적인 조항으로라도 둘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없는 청년실업 해소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의 진지한 논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