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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부동산 三國志(?)가 주는 교훈
中 투기·과열 잡기 총력

日 외국인 토지취득 이슈

韓 전월세 급등에 들썩

중장기적 수급전략 절실




#일본=부동산 거품 붕괴의 바람을 타고 외국인의 토지 취득이 늘어나자 연초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쓰시마 섬(對馬島) 땅을 한국인이 저가로 대거 사들인다며 외국자본의 일본 내 토지 매입을 언론이 강하게 비판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와 민주당은 급기야 외국인 토지 취득을 규제하는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 신고제나 허가제로 바꾸기로 결정.

#한국=지난해 9월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전세가 상승과 전월세 매물구득난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1월의 전세가는 2002년 이후 9년 만에 최고폭인 0.9%가 올랐다. 새봄 이사철에 접어들면 이사 수요, 신혼 수요가 더욱 늘면서 전세난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긴급 전월세 안정대책 마련에 날밤을 새우는 분위기.

#중국=글로벌 금융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상하이(上海), 충칭(重慶) 등 대도시권의 집값이 한 달 사이에 40% 이상 뛰어오르는 등 광란집값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최초로 부동산 보유세(0.42%) 도입에 이어 금융대출 규제와 주택소유 제한 등 추가 조치가 내려졌다. 9일에는 재차 기준금리 인상 등 부동산 투기 및 과열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

신년 들어 한ㆍ중ㆍ일 3국의 부동산 표정이 각기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이 커지고 예민한 자산으로 변한 데 따른 것이다. 더구나 국부의 신장과 경제는 부동산과의 애증이 교차하면서 발전한다. 경제성장이 급격한 산업화ㆍ도시화를 초래, 부동산 시장의 급팽창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도 하지만 최고의 자산으로 인식, 온갖 투기적인 양태가 빚어진다. 일본의 지난 70~80년대, 한국의 90~2000년대 고도성장기에 나타난 부동산 문제가 지금 중국에서 압축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로소 취득세, 재산세가 최초로 도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중국의 진통은 멀다. 투기와 투자 싸움에 정책이 끼어들면서 양도소득세, 다주택자 규제 등 향후 수없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에 반해 고도성장기를 지난 일본의 부동산은 무력하기 그지없다. 불황에 고령화까지 겹쳐 부동산은 전혀 관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한때 미국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에 이어 영국, 프랑스의 고성(古城)까지 먹어치운 부동산 식성이 완전히 꺾인 것이다. 

역으로 한국과 중국이 제 살(일본 부동산)을 먹어치운다는 공포와 우려만 존재할 뿐이다. 쓰시마 자위대 시설 인근 토지가 한국 자본에 넘어갔다며 성토에 나선 본토 국민과, 수년을 허우적대는 경제불황 타개를 위해 외국자본의 유입이 절대 필요하다는 쓰시마 주민의 입장이 불황의 그늘을 실감케 한다. 그렇다면 한국 부동산은 어느 위치에 와 있을까. 격동기를 지나 차츰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동산 유효수요와 개발수요의 증가폭이 서서히 줄 수밖에 없다. 

최근의 전월세난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주택문제를 임대 중심의 유럽 방식이 아닌, 소유 중심의 미국식으로 풀어낸 후유증이기도 하다. 진폭과 속도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전면 재편이 필요한 이유다. 수요 부문에서는 임차와 임대의 새로운 질서 확립, 공급에서는 기존 도심권 중심의 임대와 중소형 주택 위주 정책이 요구된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구분하고 철저히 시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수요 파악과 맞춤형 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책주도권이 지방으로 넘어가야 한다. 주택문제는 단숨에 해결되지 않는다. 포퓰리즘적이서는 더욱 곤란하다. 백가쟁명식 전월세 대책을 접고 중장기적 흐름과 변화를 수용할 치밀한 수급전략과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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