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늉만 내던 휘발유값, 통신비 인하가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공세에 전면 노출됐다. 거기다 유통업체 판매수수료까지 포함, 지금까지의 물가관리 금단구역이 조만간 무너질지 주목된다.
소비자들에게 휘발유값, 통신비는 대기업 몇몇이 좌지우지하는 불가침 구역이나 다름없었다. 휘발유값 인상은 고율 세금에다 국제 원유가와 환율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고 통신비는 원가 공개가 기업 비밀이라는 전제하에 해마다 막대한 이윤을 내도 차세대 개발용 투자 자금을 조달키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된 것이다. 특히 이들의 막강한 음양의 로비력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한다. 소비자들 목소리가 커지고 기업 분석과 감시, 비교 능력이 날로 발전하는 상황이라면 언제까지 그런 대기업 변명과 로비가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다. 거기다 금융 위기로 폭증한 유동성 흡수를 위해 세계적인 반인플레이션 정책이 전개되면서 한국 정부만 손 놓을 처지가 아니다. 당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한 독과점 형태의 정유ㆍ통신업계 시장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나섰다. 물론 일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이상한 휘발유값 운운한 데 대해서도 실정 모르는 소리로 일축했던 정유업계가 과연 일개 장관 발언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의문이긴 하다.
일단 윤 장관은 자체 조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의 가격 비교를 통해 우리 휘발유값이 세전 세후 다 비싼 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종래 업계 주장을 뒤엎은 것이다. 비교 대상이 틀렸다고 반발하긴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그렇게 만만한 부처는 아니다. 내로라하는 일류 경제관료들이 집합한 곳이다. 여기다 소관부처인 지식경제부가 힘을 보태면 제아무리 대기업 정유사, 통신사라 해도 이번만은 ‘인상 때는 팍 올리고 내릴 때는 찔끔’한 소극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통신 원가도 계속 기업 비밀을 주장하기만은 어려운 실정이다. 공정한 세금, 가격 책정을 하는지 소비자도 알아야 납득할 게 아닌가.
문제는 늘 그렇듯 추진력이다. 사면팔방에 깔린 대기업 로비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장 통신비만 해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업계 편에서 딴소리를 하는 부처 간 이견이 존재한다. MB의 정치 멘토인 최시중 위원장이 건재한데 윤 장관이 그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물가 과녁은 잘 잡았지만 잘 맞히는 것은 별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