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생일날 잘 먹자고 이레를 굶을까’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눈앞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뜻이다. 속담 그대로 이레를 굶으면 생일날 잘 먹기는커녕 건강을 해쳐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논쟁을 보면서 경제난이 가중되는 서민들의 생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ㆍ월세난 속에 생필품 값마저 뛰어올라 눈앞의 서민 생활이 힘겹기만 하기 때문이다. 생활비 지출은 이래저래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허리띠를 아무리 졸라매도 저축은 고사하고 빚만 늘어난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현재 722조여원. 1년 전보다 47조원, 6.9% 늘어났다. 특히 신용대출은 124조원으로 20조원, 19.4%, 주택담보대출은 311조원으로 27조원, 9.5%가 각각 급증했다. 신용등급이 낮아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 비중이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 할부금융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커졌다. 대출금리마저 오름세를 보여 가계와 금융권 동반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저축은행 한 곳이 도산, 은행에서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의 잘하는 일 같지 않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한국은행이 2월엔 동결했다. 그러나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물가상승 기조를 잡기 위해 앞으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가계부채는 늘어난 반면 자산은 줄어들어 가계 재무상태가 나빠졌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ㆍ월세 보증금이 뛰어올랐다. 저소득층 서민가계 재무상태가 더 악화, 부의 양극화 현상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만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경제를 살리려면 지속적인 경기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증대에서 찾는 게 최선이다. 서민생활 안정에 역점을 두는 이명박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다. 서민가계의 물가고와 전ㆍ월세난을 잡아주는 일이 절실하고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위기의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 작년 12월 8일 이후 두 달 이상 끌어온 파행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는 제1야당 민주당의 결정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차제에 우리 국회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미국 의회 비준에 맞춰 처리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