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70세 생일 축하파티는 역시 3세대 세습왕조만큼 호화판이었다. 전날 평양 주재 외교사절 만찬을 시작으로 16일 당일에는 각 시ㆍ도 경축보고대회, 매스게임, 선군혁명 전시회 등 축하잔치 물결로 넘쳤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가 온종일 찬양 방송으로 뒤덮은 것은 물론이다.
독재자의 생일을 민족 최대 명절로 삼아 이틀씩 공식 휴일로 지정한 것 자체가 지구촌의 웃음거리다. 이런 북한을 중국까지 거들어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축하방문을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김정일 찬양 기획물, 생일맞이 행사 등을 상세히 보도한 저의는 분명하다. 북한의 붕괴 시를 대비한 선점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것이다.
노약자와 어린아이들의 아사는 물론 인민군대마저 중국산 동물사료로 연명하는 북한에 대해 또 한국 내 유명 인터넷에 지지, 찬양 글들이 쏟아져 올랐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정일 독재자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글이 올라도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는 국내 현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이상징후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다급한 식량난 때문에 배급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매년 생일축하 특식으로 풀던 식량배급마저 올해는 하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그나마 유지해오던 평양시민들에 대한 배급마저 면적을 반 토막 내 의무식량배급 부담을 털어내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서른 살인 차남 김정철은 싱가포르 최고급 호텔에 투숙, 수행원 20명과 함께 세계적 팝가수 공연과 호화 쇼핑을 즐겼다. 굶주린 국민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급변사태 경고음이 높아진 이유를 알 만하다. 몸이 불편한 김정일의 신변 이상과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실패는 이를 더욱 촉진시킬 게 확실하다. 지난 30년의 철권통치와 부자 권력세습을 꿈꾸던 무바라크가 18일간의 시민혁명으로 녹아내린 이집트 사태는 바로 북한 붕괴에 경종을 울린 한 편의 동영상이다. 내달 실시되는 한ㆍ미 키 리졸브 훈련의 초점이 바로 이 같은 비상사태에 맞춰 진행된다니 다행이다. 우리 국정원장이 지난주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 정보 수장을 만났다는 보도가 심상치 않다. 정상회담 사전준비든, 북한 유고 시 대비든 한ㆍ미 양국의 굳건한 동맹체제 아래 무사히 넘길 대책 마련에 소홀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