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로 취임 3주년을 맞는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2년의 마무리를 냉철하게 점검해볼 때다.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물리적 시간 때문이 아니라 몇 가지 중대한 도전과 실패로 심각한 레임덕 수렁에 빠질 징후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실세들이 높은 지지율 조사에 현혹돼 레임덕은 없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이미 정치권과 정부 도처에서 누수 현상이 심각하고 사회 각 부문의 집단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 현상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대통령 측근 실세들의 비리 의혹이 잇달아 터지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집권 초기의 경제 위기를 조기 수습하고 난조에 빠졌던 대외, 대북 관계를 소신 있게 재정립한 데 대한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집권 후반기의 행로가 순탄치 못하고 주요 국정과제들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결국 이 대통령의 정치 불신과 인사난맥 독주 스타일 때문이다. 갖은 정치적 수사와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그는 근본적으로 여의도 정치를 불신하는 편이다. 때문에 여야 간은 물론 여당과 집권세력 간의 대화와 소통에 많은 문제를 노출시켜온 것이다.
주요 국정과제들을 둘러싼 논란과 대립, 불화와 격돌이 끊임없이 지속돼온 데는 이 같은 정치 불신과 소통 부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MB의 불신과 불소통이 주요 국정에 투영된 대표적 사례가 측근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끊임없는 비판이다. 이명박 정부의 폐쇄주의 정치는 초기에 높았던 지지율을 스스로 잠식하고 후반기 통치를 ‘그들만의 리그’로 축소시켜 집권 동력을 크게 감쇄시켰다. 물론 본인은 부인하지만 스스로 레임덕을 앞당기는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이것은 국정 운영에 큰 해악으로 나타나 결국은 국민의 피해와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개헌 공방이 가열되고 내년 선거와 포스트 MB 경쟁이 점화되는 현실은 민생의 심각성과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서 MB정부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지금 국민들에게는 개헌이나 4대강, 정의 사회보다도 당장의 물가고와 전세난, 실업과 가계빚 그리고 구제역이 더 절박하고 심각하다. 느닷없이 돌출시킨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벨트기지 선정 시비는 또 무엇인가. 중요한 집권 후반기에 민생 현안과 소통은 뒷전인 채 정치 게임과 개헌 논쟁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