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농협은 회원의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가공·유통하는 일을 적극 시행한다’는 내용을 개정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에 명기하기로 추가 합의했다. 농민은 농사만 열심히 짓고, 상품성을 높여 내다 파는 일은 농협이 책임진다고 아예 법으로 못박은 것이다. 지지부진하던 농협법 개정안 처리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합의다. 이참에 여세를 몰아 2년째 묶여 있는 농협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 농협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것이다.
농협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다. 농협이 엄청나게 비대해졌지만 자산의 70%, 인력의 80%가 신용사업 부문인 금융업에 몰려 있다. 돈벌이가 잘되는 신용사업에 몰두하느라 정작 농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생산, 유통, 판매 등 경제사업은 등한시했던 것이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농민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지나친 신용사업 치중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회장 세 명이 잇달아 쇠고랑을 찬 것도 자본과 회계가 사업부문별로 분리되지 않아 한 사람에게 과도한 권한이 주어진 까닭이다. 본말이 전도된 농협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개정 농협법에 담고 있는 농협 개혁의 뼈대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다. 농협은 농민이 주인이고,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다시 말해 경제사업을 활성화해야 농협이 설립 취지대로 굴러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건은 경제사업 부문이 지주회사로 독립하면 과연 자생력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 때문에 농협법 개정안이 지금껏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일단 국회와 정부가 합의를 보았다니 우려의 상당 부분을 씻게 된 셈이다.
농협 개혁 요구가 나온 지 20년이 다 돼가나 역대 정권 모두가 실패했다. 간섭하는 지역 정치인, 조합장 등 기득권자들의 훼방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조세특례 적용 범위 등 일부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여야 간에도 특별한 이견이 없어 보인다. 개방화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업이 사는 길은 농작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 일을 맡아야 하는 농협의 역할과 책무가 무겁고 크다. 농협 개혁이 늦어질수록 농민들 주름만 깊어진다는 것을 정치권은 잘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