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中企간 동반성장 문제
수십년 지속돼 온 재계 화두
정부 시스템 개선 빛 보려면
대기업 인식변화 수반돼야
TV, 휴대폰 등 많은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최고가에 팔리고 있다. 이러한 제품 경쟁력에는 대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작지만 강한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땀방울이 응축되어 있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은 단지 대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네트워크) 간 경쟁의 양태를 보이고 있다. 즉, 대기업 생태계에 포함되어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없이는 대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최근 대기업의 현금결제비율이 높아지고 거래관행이 개선되는 등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행이 바뀌고 있으나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 중소기업,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9ㆍ29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확정,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 대책에 따라 하도급법 개정 등 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제도가 갖추어진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의 인식과 행태가 변화되어 건전한 거래문화로 정착되지 못하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거래 단절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들의 국내외 기업과의 거래 행태를 파악해본 결과 역시 제도보다는 단가협상 문화 등 기업문화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인식과 행태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철학이 중요하며, 이것이 구체적으로 대기업의 의사결정과 업무 시스템에 반영되어야 한다. 일선 실무자들의 경우에는 납품단가 인하 등을 통해 단기적 성과를 얻고자 하는 유인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실무자들의 행태가 바뀔 수 있도록 동반성장 노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임직원 성과평가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장이 유통, 건설, 15대 대기업 CEO 등과 잇따라 만나 CEO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동반성장이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전기ㆍ전자, 자동차ㆍ기계, 건설 등 ‘업종별 동반성장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대-중소기업 간, 대기업 상호간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여 납품단가의 합리적 조정 등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납품단가 조정내역 공유 시스템, 발주물량 사전통보 시스템 등의 선진적 관행을 동반성장 협약내용에 반영하여 대기업이 이를 도입 운용하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계 문제는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대책만으로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며, 중소기업도 자기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만 결국 동반성장이 우리 기업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