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른바 ‘이슬람채권(수쿠크)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도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결국 이번 회기 중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기독교계가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데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굳이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정치권은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채권법은 막대한 오일달러 유치를 위해 불가피한 제도다. 그런데도 종교와 정치 논리에 경제 논리가 밀리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정치권은 공청회 등 더 세밀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국익 차원에서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법안 처리에 좌고우면하지 말기 바란다.
이슬람채권법 논란이 이는 것은 그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편협한 시각 때문이다. 이슬람 율법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는 부당 이득으로 간주,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 대신 돈을 투자한 사람에게 부동산 등 자산을 양도하고 그 사용료를 내는 형식으로 이자를 대신하는 편법으로 금융거래를 한다. 그게 수쿠크, 즉 이슬람채권이다. 문제는 이슬람채권은 일반 채권과 달리 실물거래 형식을 띠기 때문에 양도세와 취득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발생한다. 이를 다른 외화표시채권처럼 면제해주자는 것이 이슬람채권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골자다.
이를 두고 기독교계 등에서는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나아가 ‘이슬람 자본에 대한 굴종’ ‘테러 세력을 지원하는 결과’ 등 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려 종교·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보다 냉정하게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 이슬람채권을 발행하면 조달 금리를 지금보다 30bp(0.3%)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장기 투자를 선호, 안정적이고 다양한 해외자금 조달선을 확보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필요한 장기 저리자금 확보에도 필수적이다. 경제 논리로 보자는 것이다.
이슬람은 세계 인구의 4분의 1, 세계 총생산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최대 경제권이다. 더욱이 이슬람채권은 매년 100%의 고성장을 거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도 관련법을 개정하며 이슬람 자본 유치에 적극적이다. 우리가 종교적 이유로 머뭇거리면 경쟁에 더 뒤처지게 된다. 이슬람채권은 종교와 상관없는 경제행위일 뿐이다. 정치권이 종교적 이유로 국익을 해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