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선거용으로 추진한 경전철 사업이 곳곳에서 큰 화(禍)를 부르고 있다. 사업성을 제쳐둔 채 1조2000억원의 거액을 들인 용인 경전철이 대표적이다. 운행과 동시에 연간 55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자 지난해 시운전 후 1년째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가지도 서지도 못하는 고철덩어리로 전락할 위기에 빠지자 사업시행사 측은 하루 1억2000만원씩의 이자 부담에 떠밀려 국제 소송까지 벌일 태세다. 일부 단체장의 과욕으로 출발한 민자 경전철이 주민 혈세를 축내고 용인시 재정을 파탄내고 있는 것이다. 오는 4월 개통 예정인 부산~김해 경전철 역시 마찬가지다. 1조2615억원을 들인 이 사업은 30년 민자 기부채납 조건으로 추진됐으나 시운전상의 문제점 노출과 적자 운영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연간 재정분담금이 221억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해 1000억원을 국고로 보조한 후 운행을 시작한 제2 인천국제공항철도의 재판인 셈이다.
이처럼 재정파탄 공약사업이 속출한 이유는 터무니없는 수요 예측과 부풀린 사업당위성 때문이다. 용인 경전철은 하루 14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3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해 경전철 역시 하루 17만6000명 예상이 준공 후 절반도 안 되는 7만명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적자투성이를 모면할 방법이 없다. 여기에 시행자 측에 개통 이후 30년간 최소운영수익까지 보장,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데도 경전철은 여전히 단체장 공약사업으로 계속 추진되고 있다. 의정부시를 비롯해 서울시 왕십리~중계동, 난곡~보라매 구간, 순천 동부권, 대구 달성 등의 경전철이 내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 또는 입안 중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선 지자체와 교통수요 예측 용역업체, 시행사를 대상으로 수요를 부풀린 민자사업 조기 추진 진위를 확실히 따져,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 시의회 역시 견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추진 중인 사업의 타당성 재검토와 세금 낭비 요소, 준공 후 관리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외면과 시민단체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이상하다. 무리한 공약을 내건 인물을 아예 선거에서 배제하는 게 좋으나 달콤한 말에 속았다면 주민소환투표라도 벌여야 한다. 주민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고양 시민들이 2년에 걸친 투쟁 끝에 경전철 사업 추진을 백지화시킨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