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획기적인 대·중소기업 상생 추진 방안을 내놓았다. 6개 업종 56개 대기업을 정해 얼마나 상생노력을 했는지 점수화하고 이들의 초과이익을 협력업체와 공유토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해당 대기업들은 반시장적인 조치로 상생노력 점수화는 대기업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또 다른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장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시장경제 원리를 모를 리 없다. 그가 ‘반시장주의자’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상생 방안을 추진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갈수록 깊어지는 우리 사회의 경제 양극화 문제를 풀기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이 필수적인 점은 누구나 안다. 이른바 ‘그들만의 성장’이란 비판을 불식시키고 시장경제를 건전히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 그룹의 오너 총수들이 앞다퉈 ‘갑·을 관계는 없다’거나 ‘협력업체는 가족’이라며 상생을 언급해왔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상생에 대한 대기업들의 발상 전환을 위한 고강도 처방이 없어서는 오히려 시장경제 자체가 위협받을 지경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며 엄청난 이익을 내는 반면, 이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여전히 허덕인다. 대기업이 10%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때 1%의 이익도 남기지 못하는 협력업체가 수두룩하다. 이들 협력업체 근로자의 급여는 대기업의 40~50%에 지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대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재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 구매선을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옮기겠다”는 식의 반응이 온당한가. 중소기업은 국내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 축이 무너지면 대기업도 흔들린다. 협력업체 도움으로 초과이익을 보았다면 다소 이를 떼내 중소기업을 돕는 게 대기업에도 유리하다.
다만 동반성장위의 추진 방식이 좀 더 세련될 필요는 있다. 동반성장 평가 대상 기업들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최고 반열에 들어 있다는 점을 감안, 기업 이미지에 흠이 가지 않게 해야 한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우리가 시장주의 경제에 보다 잘 안착하기 위해서도 대기업의 양보와 관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