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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크탱크 40년, 수입대체서 수출까지
40여 년 전인 1968년 6월, 서강대학교 김만제 박사와 경제기획원 이희일 경제기획국장은 세미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초청자인 노스웨스턴대 어마 아델만 교수를 만난다. 이들 세 사람은 포드재단과 록펠러재단 본부가 있는 뉴욕으로 간다. 아델만 교수는 “이들 재단이 한국의 경제연구소 설립을 위한 출연에 동의해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면담을 주선, 성사시켰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단 측은 이들의 요구를 정중하게 거절한다. 3년 뒤인 1971년 3월 한국정부는 대충자금(원조자금) 집행 잔액 13억1000만원을 출연,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설립한다.
제2차 5개년계획을 수립할 당시인 1965년 우리나라에는 현대경제학을 전공한 학자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여서 경제계획 수립이나 정책 입안은 외국 전문가의 자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싱크탱크가 세워지고 외국에 있는 우리 두뇌와 전문가를 데려올 수 있게 돼 전문인력의 수입대체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40년이 지난 2011년 2월 21일, KDI 별관 대회의실에서는 포르피리오 로보 소사 온두라스 대통령이 주요 부처 장관, 국회의원, 기업인 등 30여 명의 방한단을 이끌고 KDI 연구진과 열띤 토론을 펼쳤다.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토대로 개도국의 정책 수립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이와 같은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은 지난 2004년 처음 시작, 벌써 20여 국가에 수출됐으며 수요가 계속 급증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KDI는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세계 6480개 싱크탱크를 대상으로 평가한 ‘2010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75대 싱크탱크로 선정됐다. 특히 국제개발 분야에서는 22위를 차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싱크탱크의 숫자나 질적 수준이 과연 만족할 만한가. 같은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싱크탱크는 모두 35개로 세계에서 33번째로 많다. 미국의 1816개는 물론, 아시아 지역인 중국 425개, 인도 292개, 일본 103개, 대만 52개에 비해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질적으로는 어떤가. 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관련 연구소(43%)와 기업 연구소(21%)가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정부나 기업 내 연구소는 아무래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 연구소가 물가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환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 건의를 하기 힘들다.
‘홍릉 숲 속의 경제 브레인들’이라는 책에 이런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1974년 문세광 사건 직후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기획원에 일본과 국교를 단절할 경우 경제 분야에서 대비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가 점검해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태완선 부총리가 KDI 원장을 불러 단교가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치는 마이너스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통계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만들어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설득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김만제 원장은 그 당시 브리핑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부담스러웠다며, “결국 KDI가 앞장선 건의가 받아들여졌지만 평소 KDI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지 않았더라면 당장 브리핑 현장에서 무슨 불호령이 떨어졌을지 모릅니다.”라고 회상했다.
지금처럼 다양한 정보가 넘치고 정파 간 또는 이해집단 간 의견 대립이 심한 현실에서 건실하고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의 출현은 매우 절실하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발전과 글로벌화에 따라 이제 싱크탱크도 국내외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싱크탱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연구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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