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직원 기강 다잡기를 통해 한국 경제 활로 찾기에 나섰다. 윤 장관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세계 경제의 먹구름과 우리의 대내외 환경 악화를 거론, 정부의 정책공간이 좁아지고 있다며 기본을 놓치지 않는 업무자세와 리스크 선제관리를 강조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업무 혼선과 실수 등이 겹친 데 대한 질타와 격려다. 한ㆍ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의 한글본 협정문 오류와 지각 물가관리에 대한 재정부의 자성 등을 촉구한 것이다. 나아가 중동 정정 불안에서 보듯 지구촌의 모든 변화가 실시간으로 발등의 불이 되는 만큼 글로벌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사실 순항이 예상됐던 우리 경제는 회복 1년 만에 암초를 만났다. 유가, 곡물가 등 원자재 값의 급등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경제기반을 흔들면서 2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5% 올랐다. 1월 4.1% 오른 데 이어 두 달 연속 한국은행 물가관리목표 상한선을 넘어선 것이다. 거시지표 전망치들이 크게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연평균 유가 85달러를 전제로 한 ‘5%대 성장, 3%대 물가’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장관이 비상상황 극복을 위한 공직자의 예지와 실행력, 신중함과 꼼꼼함을 강조한 이유다.
한국은행 조직을 13년 만에 개편한 김중수 한은 총재의 이메일 역시 변화와 엄중한 업무자세 주문이 핵이다. 단점의 과감한 공개와 수술, 몇 단계 뛰어넘는 변화 요구는 전적으로 옳다. 급변하는 국제 금융환경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어려울수록 관료는 리더십과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최근 구제역 파장, 국정원 사건 등은 관료의 무책임한 업무자세를 그대로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농림수산부, 환경부의 소홀한 업무태도와 책임회피로 구제역 살처분과 침출수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국가 망신을 자초한 국정원 인도네시아 숙소 잠입 파문은 리더십 부재의 전형이다. 장바구니 물가에서부터 중동의 유가 전망, 환율과 금리의 제동력을 철저히 따지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세워야 한다. 이는 하급관료들만 닦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기강 쇄신은 필요하되 대통령, 장차관이 먼저 수범을 보여야 한다. 청와대가 주요 사안마다 침묵하고 안이한 회전문 인사를 하면서 1개 장관과 총재가 주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공무원이 분발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