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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상풍력산업이 제2의 조선산업 되려면
“조선시장을 훨씬 능가하는 시장이 열릴 것입니다.” 영국 리버풀 앞바다에 조성되는 해상풍력단지 개발권을 거머쥔 회사 센트리카의 한 간부가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해상풍력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지금 영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면, 이 말이 결코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란 생각이다.
세계 해상풍력 리더 격인 영국이 해상풍력에서 생산하고 있는 전력은 1.3기가와트(GW)에 불과하다. 우리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수주한 원전 중의 1기(1.4GW)에 조금 못 미치는 발전량이다. 그런데 현재 건설 중이거나 정부 승인을 받고 착공을 준비 중인 프로젝트까지 감안하면, 그 속도에 조금 놀라게 된다. 2015년에는 14GW, 2020년에는 48GW라고 한다. 즉 2020년에 가면 원전 40기에 해당하는 전력이 해상풍력에서 나오고 총 전력생산에서 해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해상풍력을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해상풍력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영국 정부의 의지와 열정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국의 해상풍력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국의 신재생에너지협회(Renewable UK)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해상풍력 48GW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3.5MW급 이상의 터빈 7000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해상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상송전설비에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은 무려 7000km가 소요된다. 터빈 1대당 1400만달러라고 하니, 터빈 한 품목에만 980억달러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케이블 시장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3년 전 북해광구 시추사업에서 케이블 생산으로 업종을 전환한 영국의 한 중견업체 사장은 요즘 ‘황금을 캐는 분위기’라고 했다. 지금 1.3GW 규모의 시장에서도 케이블이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다.
한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준 유럽 조선업체들은 해상풍력 특수선박 시장을 선점해 그간의 열세를 만회해보겠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터빈, 크레인 등 해상풍력설비를 운반해 해상에서 조립하거나 설치하는 이 선박은 척당 1억5000만달러가 넘는 고가 선박이다.
해상풍력의 단점은 바람의 양과 세기에 따라 발전량과 전기의 품질이 일정치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축전기술과 변압기가 해상풍력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점이 기회가 되는 새로운 시장이 또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영국 해상풍력시장에서는 지금 E.ON, DONG, Vattenfall, Centrica와 같은 세계적인 풍력에너지 기업들 간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Siemens, GE, Gamesa, Clipper, Mitsubishi, Tata 등은 일찌감치 영국 내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유럽의 주요 해상풍력 기업들은 우리 기업들을 향후 유망한 협력 파트너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아가 Siemens, GE, Vestas 등 터빈 업계 강자들마저도 우리 기업들의 추격속도에 내심 경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 시장이며 첨단기술, 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영국 시장을 눈여겨보면, 앞으로 우리 조선산업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나아가 영국 시장을 발판으로 유럽 시장은 물론 향후 20년 내에 더 큰 해상풍력시장이 열리는 북미와 중국 시장도 겨냥해볼 수 있다. 우리가 조선산업을 넘어서는 해상풍력 강국의 비전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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