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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합리적 보수의 시대를 위하여
진보-보수 합리적 조화는

향후 10년 핵심 시대정신

열린 마음으로 비판 수용

지속 가능한 보수가 되길




개인적 사정으로 이제 이 지면 연재를 마무리할 시점이라 그간 실은 글들을 모아놓은 폴더를 한번 열어보았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 중 특히 내가 자주 언급한 것은 합리적 보수의 필요성이었다. 미국의 탁월한 개혁적 보수주의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미국 정치의 우경화 물결 속에서 타락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칼럼이 그런 문제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혹은 한국의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고 김일영 교수에 대한 그리움의 글도 나의 그런 바람을 담고 있다. 

수십 년을 진보주의자의 정체성으로 살아오고 있는 내가 다른 한국의 진보 인사들과 달리 진보 진영을 자주 비판하고 합리적 보수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간 오해도 많이 받았다. 어떤 지인은 나에게 괜히 양 진영으로부터 공격받을 행보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당파성을 분명히 하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대학 시절부터 과격한 진보주의 이념에 심취하면서도 동시에 위대한 보수주의자들의 연설을 들으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오랜 세월 오해를 피할 길이 없다. 다만 나 같은 DNA를 가지는 소수자들도 더 관용하는 사회가 오기를 바랄 뿐이다.

나 같은 소수자의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최근 좋은 징후들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진보주의 진영 내에서도 합리적 보수 성향의 인사들에 대한 호감도가 과거보다 크게 증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 현재의 지나친 천민적 보수주의 풍토에 대한 그들의 분노가 보수 진영 자체를 미워하기보다는 명품과 짝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 초당적으로 추진되는 토론종결법안이 제대로 정착되어 양 진영의 물리적 충돌이 아니라 토론과 논쟁의 의회 패러다임으로 변모한다면 이를 통해 제대로 된 보수와 천민 보수의 구별도 더 분명해질 것이다.

난 지금 한국 사회 현 단계가 요구하는 핵심 과제가 건전한 보수와 진보의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의적 지배가 만연된 한국 사회를 보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으로 전환해야 하는 절실한 과제는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의 공통된 열정과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의적 지배는 자유의 공기를 질식하고, 견제와 균형을 파괴하여 경제는 물론이고 인간적 삶을 파괴한다.

한국 보수 진영 집권의 최고 공신은 뉴라이트 운동이지만 내 생각에 이는 최대의 실수이다. 왜냐하면 이 운동은 사실은 미국의 합리적 보수 전통이 아니라 70년대 이후의 극우 보수 운동(네오콘)을 모델로 하였기 때문이다. 난 이 운동이 한국의 자의적 지배의 상징인 공정하지 않은 경제 질서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결국 고 김일영 교수님의 안타까운 절규처럼 이 운동은 ‘지속가능한 보수’를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그저 권력 포장의 멋진 브랜드로만 작동하였다.

그들이 진정으로 벤치마킹해야 할 이는 철 지난 네오콘이 아니라 뉴욕타임스 지의 저명한 보수 논객인 데이비드 브룩스이다. 그는 비록 지금은 후회하는지 모르지만 지난 대선에서 진보 후보인 오바마 지지를 표명하였다. 왜냐하면 개혁주의 보수의 전통 위에 외롭게 서 있는 그는 당시 미국의 핵심 과제가 민주공화국의 재건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이야말로 더욱더 이 과제는 이번 대선은 물론이고 향후 10년의 핵심 시대정신이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자신 진영 내에서 소수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대대적인 합리적 보수 시민 정치운동을 시작했으면 한다. 그런 노력이 나중에는 누가 집권하든 간에 민주공화국을 위한 초당적 시민운동기구로까지 발전되어 새로운 한국을 열어가는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간 필자의 조야한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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