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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선관위가 돈 정치 조장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시대 역행적 발상이란 비판이 비등하다. 개정안은 각 정당이 기업과 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 요지다. 기업과 단체에 연간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을 낼 수 있게 하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원회를 통해 각각 연간 50억원과 5억원까지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정치가 3류의 비난 속에서도 그나마 나아진 게 있다면 돈 정치가 줄었다는 것인데, 이마저 포기한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기업과 단체로부터 일체의 돈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은 지난 2004년 개정한 이른바 ‘오세훈 법’ 때문이다. 당시 차떼기 정치자금 등 국민 여론이 비등하자 어렵사리 만들었던 법을 선관위가 앞장서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
정치자금 기탁을 허용하면 기업은 정치권 등쌀에 기업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 밉보였다가는 어떤 후환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권력의 향방에 신경 쓰다 보면 특정 정당 말고도 눈치껏 상대 정당에도 적당히 보험을 들어둬야 한다. 그게 다 돈이다.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써야 할 돈을 정치권에 퍼주면 결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진다. 그런 초과이익이 있다면 중소 하청업체에 주는 게 낫다.
반면 특정 기업과 단체의 입김이 거세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고액의 정치자금을 앞세워 각종 정책을 자신의 기업 활동에 유리하도록 입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후원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정했지만 허술한 법망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가령 70개의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 그룹은 마음만 먹으면 100억원의 거액을 합법적으로 기탁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모토로 내세운 ‘공정사회 구현’은 멀리 사라진다.
정치권은 이달 초 기업이나 단체의 거액 후원금을 쪼개서 받을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기습 개정하려다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눈치를 보는 상태다. 그런데도 깨끗한 정치 구현에 앞장서야 할 선관위가 정치자금을 풀어주자고 앞장선 것은 옳지 않다. 정치권 대신 총대를 멘다는 유착설이 두렵지 않은가. 국회는 어제부터 정치개혁특위를 본격 가동했다. 정치자금 문제가 최대 쟁점이다. 선관위 개정안이 솔깃하겠지만 자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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