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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북 확성기 설치 검토하되 긴장 낮출 방안도 찾아야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를 꺼내 들었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으로 확성기 방송을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철거했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한 것이다. 북한은 대북확성기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정부가 추가 도발 시 확성기를 바로 튼다고 한지 5시간 만인 2일 밤 오물 풍선 살포 중단을 선언한 것도 이를 치명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1~2일, 지난달 28~29일 두 차례에 걸쳐 살포한 오물풍선 수거량은 720여개에 이른다. 아파트 정원과 시장, 주택가는 물론 차량에 떨어져 유리창이 파손되고 비행기 이착륙이 90분간 지연되는 등 적잖은 피해가 생겼다. GPS 교란으로 어민들이 조업활동을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물적 피해를 넘어 심리적 불안도 적지 않다.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요구되는 건 당연하다.

대북확성기는 그동안 대북 응징수단으로 종종 사용됐다. 목함 지뢰 도발(2015년) 때는 11년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초조해진 북한이 먼저 연락을 해와 사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남한 뉴스와 K팝 등 한류,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방송을 주로 하는데 밤에는 최대 30㎞밖에서도 들린다고 한다. 이 방송을 듣고 귀순을 결심한 북한군도 있다. 특히 한류 금지 명령을 어기면 극형에 처하는 북한으로선 방송 재개가 두려울 수 있다. 심리적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정부가 사용 재개에 나서려면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또는 전부 무효화가 필요하다. 4일 국무회의에서 검토하겠다는 방침인데 잘 따져봐야 한다. 9·19 군사합의는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지난해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세 차례 발사하자 정부는 ‘비행 금지 구역’ 관련 조항 효력을 정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복원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북한이 연평도 등 서북도서 인근에 사흘간 포사격을 실시하자 ‘해상 및 지상 적대 행위 중단 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당 내용을 무효화했다. 이번 연쇄 도발로 9·19 군사합의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 북한에 또 다른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북한의 도발이 다양화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특히 ‘회색지대(Gray zone·그레이존)’ 도발 전술에 대비해 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한 단계 높은 억제력 수단을 확보하는 게 필수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명백하다. 강대강 대치를 야기해 불안과 남남 갈등을 야기시키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긴장을 줄일 방안을 찾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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