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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매도 개선안, 기울어진 운동장 시비 더는 없도록

금융감독원장과 대통령실 사이에 혼선이 빚어졌던 공매도 재개 시기가 내년 3월 말로 결정됐다. 작년 11월 시작돼 6월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9개월 더 연장된 것이다. 정부는 이 기간에 불법 공매도를 적발해 차단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올해 4분기까지 자체적으로 주식 잔고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거래소가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상시 확인하는 ‘공매도 중앙 점검 시스템(NSDS)’도 내년 3월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미리 주식을 빌려두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 등 법을 어겨 50억원 이상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만큼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와 2차전지 관련주 폭락에 연원한 만큼 더는 ‘솜방이 처벌’ 시비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국내 주식시장 개인투자자들은 주가하락을 유발하는 공매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하지만 주요국 주식시장이 모두 공매도 제도를 운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튀르키예뿐이다. 거품 낀 주가를 안정화하고 작전세력의 시세조종도 억제하는 순기능이 커서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나라에서 공매도 금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 공매도 금지기간이 9개월 더 연장된 것에 해외투자자와 외신들의 평가가 부정적인 이유다.

그렇다고 기관투자자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두고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선안에서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 것은 진일보한 조치다. 기관도 앞으로는 개인투자자처럼 빌린 주식을 90일(연장 포함 총 12개월) 내에 상환해야 한다. 주식을 빌리며 제공해야 하는 담보비율도 개인과 기관 모두 현금 105%, 주식 135%로 같아진다. 이전까지는 개인이 기관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나 주식을 맡겨야 했다. 다만 일반 주식 투자보다 손실 위험이 높은 공매도에 대한 접근성을 무조건 높이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문제는 늘 실효성이다. 공매도 전산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기관들이 실시간으로 보유한 주식을 한 주씩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데다 글로벌 IB, 연기금 등이 한국에서의 투자를 위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야하는 시스템 개발에 순순히 나설 지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는 지를 면밀히 살펴 더 이상의 혼선은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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