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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추경 상시화’ 길 트는 巨野, 건전재정 안중에 없나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들을 허무는 위험천만한 입법 시도가 하나 둘 씩 늘어가 우려스럽다. 불필요한 사업 추진을 차단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에 이어 이번에는 언제든 나랏돈을 동원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건을 아예 완화하는 법 개정 시도까지 나타났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취약계층 생계 안정을 위해 나랏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다 같이 협의했고, 당론 추진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당론으로 추진하면서 재원 13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을 먼저 손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총선 공약을 의석의 힘으로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추경 요건에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시급히 필요한 경우’를 신설했다. 현행 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 처럼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등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의 개정안은 전염병이나 금융위기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민생 지원을 명분으로 얼마든지 추경이 가능하도록 길을 튼 것이다.

‘추경의 상시화’가 낳은 폐해는 문재인 정부 때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안 의원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코로나19 대응과 재난지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11차례 추경이 단행되는 동안 편성된 예산만 216조원에 달한다. 이 여파로 국가채무가 400조 원 넘게 폭증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6.0%에서 49.4%로 증가했다.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때 예산 대비 소비 효과가 30%에 그쳤다는 KDI 보고서도 있었고, 특정 정부가 국민 혈세로 이뤄진 재정을 쌈짓돈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도 얻었다. 꼭 추경이 필요하다면 전 국민 대상 현금 살포가 아니라 고물가·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살릴 긴급자금이 돼야 한다.

최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2년간 76조원 세수 펑크’라는 역대급 경제 참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재정 청문회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감세 정책은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추경의 상시화로 건전재정의 둑을 허무는 입법에 나서는 것은 모순적이다. 건전재정은 나라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수권정당을 다짐하는 민주당이라면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건전재정의 둑을 더 견고하게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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