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판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발작 수준으로 급등해 4.46%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61.72엔까지 올라 37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TV토론에서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도한데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자 ‘트럼프 리스크’에 즉각 반응한 것이다. 미국의 정치(politics)가 세계 경제(economy)를 뒤흔드는 폴리코노미(policonomy) 현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시장금리가 ‘발작’을 일으킨 것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물가상승률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재정 적자 확대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선심성 재정 지원 정책을 펼치기가 더 용이하다. 트럼프는 대규모 감세 공약까지 내세우고 있어 재정 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재정 지원은 물가상승률을 자극하고, 재정 적자 확대는 국채 발행량을 늘려 금리 급등을 부른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 대규모 관세 부과를 통한 트럼프식 무역 전쟁도 금리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물가상승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금리를 쉽사리 낮출 수 없는 환경이 된다.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이제 막 회복 기지개를 켜던 한국 경제가 재차 침체의 그늘에 갇힐 수 있다. 미국이 고금리 정책을 지속하면 한국도 기준금리를 쉽사리 낮출 수 없고, 금리 부담으로 인해 내수 회복 등이 지연될 수 있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하면 외환 유출과 수입물가 부담도 계속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400원을 다시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도 극우 정당이 세를 불리면서 관세가 오르고 보호무역이 심해질 전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또하나의 악재가 잠복해 있는 것이다.
킹달러와 슈퍼 엔저, 그리고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 등 폴리코노미가 몰고올 3각 파고는 한국 경제의 시야를 흐려 순항을 어렵게 하는 난관이다.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시나리오별 액션 플랜을 세워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수동적 대응만으로는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새롭게 펼쳐질 경제·무역 환경에 올라탈 기회적 요소도 활용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