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산대책의 대대적 전환을 예고했다. 인구전략기획부의 신설, 저출생대응수석실의 신설뿐 아니라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의 3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각종 정책을 제시함과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정책, 고용, 연금, 교육, 의료 개혁 등의 구조적 개혁도 함께 추진하여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매번 수많은 저출산 정책이 나왔지만 놀랍도록 새로운 것은 없었다. 각종 지원 정책과 더불어 더욱 담대해진 지원은 이전보다 진일보하였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는 한 여러 지원 정책이 그리 아이를 낳는 크나큰 유인책이 되지는 못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여야 할 저출산 정책과 더불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여야 한다.
우리는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와 함께 저출산이라는 현상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중이다.
이미 저출산으로 인하여 학생 수가 급감하였다. 2000년 대비 2020년의 전국 초중고 학생수는 795만1998명에서 534만6874명으로 32.8% 감소했다. 앞으로 더욱 학생 수는 감소할 예정이다. 초중고 학생뿐 아니라 영유아 수도 급감하고 있음에 따라 어린이집, 유치원 정책은 기존 시설의 퇴로를 마련해주는 방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외에도 연금의 지속가능성 문제, 노동시장 수급의 불균형 문제, 지역 소멸의 문제 등은 이미 저출산 상황으로 들어선 이상 출산율 반등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상태에 적응하기 위한 미래를 함께 모색해야 하는 것과 연관된다.
물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출산율 반등의 기회는 아직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전제 하에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아이를 낳고 싶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와 더불어 함께 논의하여야 할 것은 ‘저출산 시대의 맞춤형 제도 설계’이다. 아이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잘 작동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방법을 설계하고 시스템을 재구조화하여야 한다. 출산율 높이는 것을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보다 현실 가능한 정책을 국가의 미래 설계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아이 1인당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미래형 교육, 미래 산업과 일자리에의 적극적 투자, 대학 지원 방향의 전향적 모색 등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겠다. 우리의 정책 방향이 때로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출산율 상승을 전제로 기존에 짜여진 정책 틀에 시스템을 맡기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이 필요하다.
결국은 우리 모두가 잘 살기 위한 세상을 위한 제도 설계가 국가 미래의 기본 방향이 될 것이고,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어려워도 5년, 10년, 20년 후의 장기적인 국가 미래에 대한 계획과 더불어 저출산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한 논의를 이제는 함께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반드시 출산율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정책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으로 중의를 모으되 반드시 통계적 수치로 나타난 지표를 통해 저출산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저출산 예산에 몇백조를 투입했는데 왜 출산율이 몇 년째 제자리이냐는 자조 섞인 비판을 달리 생각해 볼 시점이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