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이란 용어를 논하면서 Google, Apple, Facebook(Meta), Amazon 이른바 GAFA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해당 기업의 공통점은 미국의 본사를 둔 것 외에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공룡 IT 기업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규모는 물론, 전 세계 인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GAFA의 매출액이 글로벌 GDP 대비 1%를 넘게 차지한다는 사실은 기사를 통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고 규제하기 위해 유럽연합에서는 DMA(Digital Markets Act)와 DSA(Digital Services Act)를 제정했으며, 일본에서는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아직 제정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도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21대 국회에서 온라인플랫폼 관련 제정법안 20건이 발의됐으며, 22대 국회가 개원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2건이 발의됐다. 관련 업계와 이해관계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자국 플랫폼 기업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대표적인 국가로 치킨게임, 이른바 무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국내 정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기업결합과 관련된 보도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지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로,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의 기업이 시장 진출을 못 하거나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 쿠팡, 카카오, 지마켓, 11번가, 롯데쇼핑e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부와 국회는 국내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독과점을 우려해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필두로 ‘온라인플랫폼 공정경쟁 촉진에 관한 법률안’ 등을 발의해 국내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혁신을 저해하고, 시장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최근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플랫폼의 공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의 진흥책을 모색하지 못할지언정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막아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네이버, 쿠팡, 카카오, 지마켓 등 경쟁력을 지닌 자국 플랫폼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미국의 GAFA나 중국의 알리·테무와 비교하면 매출이나 규모 면에서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경쟁력은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본다.
정부와 국회가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바란다면, 그리고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무거운 추를 달고 경쟁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플랫폼이라는 특정 영역을 겨냥한 핀셋 규제와 발의 법안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미국 플랫폼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움직임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DMA의 규제 효과를 분석해 국내 시장에 맞는 연구를 선행한 뒤 규제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진흥방안을 동시에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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