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2021년 부동산가격 폭등기와 비슷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물가상승 둔화 기대와 맞물려 수도권 중심의 집값 오름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졌다.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주택공급 확대 방침을 거듭 밝혔지만 시장의 신호를 좀처럼 바꾸지 못하는 양상이다. 서민에겐 집 마련 기회를 넓히고, 투기성 거래는 차단하는 추가적인 대출·공급 대책이 한층 긴요해졌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7포인트(p) 오른 115로 집계됐다. 2021년 11월(116)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값 상승률은 13.25%로 역대급이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뒤 집값 상승 예상 응답이 하락보다 많으면 100 이상이다. 한은에 따르면 이 지수는 한 달 후 실제 주택 매매가격과 상관관계가 0.87에 이를 정도로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한은의 설명에 따르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연기,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수도권 중심 아파트 가격 상승세 등이 집값 상승 기대를 높였다. 반면, 소비자들의 1년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1%p 내린 2.9%를 기록해 2년 4개월만에 2%로 떨어졌다.
주택가격전망지수 뿐 아니라 서울·수도권 아파트값과 거래량도 폭등기 흐름과 비슷한 수준에 들어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값이 0.28% 오르며 1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 주간 상승폭은 2018년 9월 셋째주(0.26%) 기록을 5년 10개월 만에 경신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6월 기준 6177건으로 2020년 12월 7745건 이후 3년 6개월만에 최다였다. 집값과열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지난 18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2029년까지 시세보다 싼 23만6000호 공급, 시장교란 투기 행위 단속, 주담대 모니터링 및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달 중 추가 공급 대책도 내놓는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최근 잇따라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정부의 대책의 핵심은 집을 더 많이 짓고 가계대출 문턱은 높이자는 것인데, 자칫 서민은 내집마련이 더 힘들어지고, 고자산층의 부동산투자·투기 열풍만 자극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공급 대책이 불충분·불확실하고, 대출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시장에 더 정교하고 확실한 신호를 제때에 보내야 집값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