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년만에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가 많을수록 혜택이 더 가게 했다. 그동안 경제규모가 크게 달라졌는데도 집 한채만 있어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손 보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상속세 완화다. 30억원 초과 상속·증여 시 50% 적용하던 상속세 최고세율이 10%포인트 내린다. 최저 세율인 10%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해 부담을 줄였다. 자녀 공제 금액은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늘렸다.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 2명일 경우 17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다. 주식 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는 ‘최대 주주 주식 할증’을 없애고 배당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를 깍아주는 기업 밸류업 대책도 들어있다. 지방 기회발전특구로 이전·창업하는 중소·중견기업은 상속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세부담 완화를 공약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은 뒤로 미뤘다. 들썩이는 집값을 부추길 수 있고 지방재정이 악화될 우려를 고려했을 것이다.
개정안이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둔 방향은 맞지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자감세’라며 반대하나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감세혜택을 보면 서민·중산층(총급여 8400만원 이하)은 6282억원, 중소기업은 2392억원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각각 1664억원, 917억원 감소해 중소기업· 중산층 혜택이 더 크다. 우리 상속세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50%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13%)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재 서울 아파트값 평균이 10억원을 넘긴 상황에서 중산층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고령 인구 증가로 상속세 부과 대상도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과도한 기업 상속세는 대주주들이 주가 상승을 꺼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증시 저평가)를 불러오는 요인이기도 하다. 1400만 주식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히 대기업 감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줄어드는 세수다. 감세 규모가 4조 3515억원으로, 당장 바뀐 세법이 적용되는 내년에만 올해 대비 6227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그런데 세수 확보 대책은 빠져 있다. 올해 1~5월 국세 수입은 151조원으로 1년 전보다 9조1000억원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짜임새 있는 재정 운영과 함께 새로운 세원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