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前)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수백억대 대출을 해 준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대출 규모가 4년간 42건 616억원이다. 그동안 내부 통제 장치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 건은 5건, 4억5000만원이었다. 그런데 이후 2020년 4월 3일부터 올 1월 16일까지 친인척과 친인척이 실제 자금사용자로 의심되는 차주에게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무려 137배 불어난 것이다. 이중 350억원은 통상의 기준과 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정 대출로 드러났다. 담보 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설정하거나 보증 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내세우고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과정도 본점 승인 없이 지점 전결로 처리했다. 서류 위조까지 동원됐고 용도 외 유용이 있었지만 알지 못했다. 대출액 중 269억원은 부실이 발생하거나 연체 중으로 회수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대출이 일어나도 거를 장치가 없었다는 게 황당하다.
우리은행은 얼마전에도 수백억원의 직원 횡령 사건이 일어났다. 경남지역 직원이 고객 명의로 177억원의 대출을 일으켜 빼돌렸고 본점 직원은 8년간 697억3천만원을 횡령하는 등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때마다 내부 통제를 강화한다고 했지만 나아진 게 없다. 반복적으로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상황에서 내부 통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손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출범하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하다가 2020년 3월 지주 회장을 연임해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지주회장때 집중적으로 비리가 일어난 것이다. 특정 지점을 통해 집중적으로 부정 대출을 일으킨 데 따른 허점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내부 비리로 치부할 게 아니라 이젠 근본적 문제 해결이 따라야 한다.무엇보다 이상 징후를 발견할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거래 실시간 모니터링과 이중 삼중으로 거를 절차가 필수다. 상시적 내·외부 감사를 통해 적기에 비리를 적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리가 발생해도 뒷북인 경우가 많으니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비단 우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당국도 감독기능을 더 강화하고 법적 처벌 수위도 높여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