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에 강원도 산골로 귀농한 A씨(60)는 줄곧 농사와 프리랜서 일을 병행했다.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 살기 어려웠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2020년 들어 코로나 팬데믹까지 덮쳤다. 그런데 전전긍긍하던 그에게 뜻밖에 취업문이 열렸다. 비록 급여는 알바수준에도 못 미쳤지만 4대보험이 되는 일자리라 그에게는 감지덕지한 ‘찬스’였다.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근로 성격의 농림어업 일자리 예산을 대거 풀었어요. 당시는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지출은 줄여야했던 처지인지라 이것저것 따질 겨를 없이 ‘닥치고 취업’을 한 거죠.”
귀농·귀촌 흐름을 타고 2017년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한 농림어업 취업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증가세를 지속했다. 당시 정부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를 적극 홍보했고, 언론 또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4년여가 지난 2024년 6월,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처분사전통지서’를 받았다. 그 내용은 △상시근로자 요건 미 충족으로 직장가입자 자격 소급 취소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최근 3년 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건강보험료 폭탄’이 배달된 것. A씨에게 청구된 지역보험료 총액은 기존 직장보험료의 5배가 넘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죠. 시대적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대폭 늘려 질 낮은 일자리 판을 깔아주고선 지금에 와서 상시근로자 기준에 미흡하다며 건보공단을 동원해 ‘건보료 폭탄’을 투하하다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A씨가 이번 건보료 폭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는 또 “건보료 폭탄 통지를 받기 전까지 자신을 고용한 회사나 건보공단으로부터 그 어떤 사전 안내나 경고도 없었다”면서 “사측의 권유로 취업했고 그 방침에 따랐을 뿐인데 정작 장기 소급에 따른 건보료 폭탄 피해는 몽땅 근로자가 뒤집어쓴다”고 항변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신청과 이후 보험료 납부 등은 모두 회사에서 처리한다. 그는 “단지 직장가입자라는 이유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 프리랜서 지원금 제외, 농업인 지원금 부분 삭감 등 이런 저런 손해도 컸다”며 억울해했다. 반면 사측은 되레 그동안 납부한 직장보험료를 환급받는다고.
A씨의 사례를 장황하게 풀어놓은 것은 코로나란 시대적 배경에서 그가 선택한 고육지책 취업이 결국에는 정부와 건보공단에게 뒤통수를 맞고 사측에게 이용당한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묻지마식 건보료 폭탄은 너무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처분이다. 무조건 장기 소급할 게 아니라 코로나 엔데믹을 공식 선언한 2023년 5월 이후 또는 가입자격 조사와 처분을 한 2024년으로 한정해 소급하는 게 보다 타당하다.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은 귀농·귀어·귀촌인 유입이 한 가닥 희망이다. 그러나 농어촌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 질적 수준마저 매우 열악하다. 이는 귀농·귀어·귀촌인구가 최근 2년 연속 큰 폭 감소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농어촌의 농림어업 일자리는 상시근로 기준을 완화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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