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15~29세)이 44만3000명으로 나왔다. 작년 7월 보다 4만 2000명(10.4%)이 늘었고,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청년층 인구 815만명 가운데 5.4%에 해당한다. 이 중 75%인 33만5000명은 ‘일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정부가 청년 맞춤형 정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인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쉬었슴’ 청년의 증가는 갈 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대 중반(2013∼2017년)만해도 20만명대였으나 2018년 30만명을 넘어서더니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000명까지 늘어났다. 이후 2022년 36만1000명으로 줄었다가 작년(40만2000명)부터 다시 증가세다. 코로나 시기보다 더 늘어났다는 것은 심각하다. 3040대의 쉬었슴 인구가 28%대인 것과도 대비된다. 더 걱정인 것은 이들 4명 중 3명은 구직 의사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니 아예 구직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대기업 ·중소기업, 정규직 ·비정규직간 극심한 격차가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을 막고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노조가 결성된 대기업 임금은 갈수록 늘어 평균 임금이 1억원을 넘는 곳들이 적지 않다. 고용·복지 요구도 정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3분의 1 수준인 곳들이 수두룩하다. 복지도 한참 떨어져 주어진 휴가도 제대로 쓰기 어려울 정도다. 양쪽의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대기업만 바라보고 취업 준비에 몇 년을 보내고 안되면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체 일자리의 8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일손이 없어 외국인 인력에 기대야 하는 현실은 비정상이다. 심각한 격차 해소에 노사정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일 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과의 불일치도 문제다. 구직의사가 있지만 쉬고 있는 청년층은 ‘교육·기술·경험 부족’,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등을 이유로 꼽았는데, 대학에서 배운 것과 현장이 요구하는 것에 차이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산업현장의 변화에 학교가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센 2010년대 중후반부터 청년층의 ‘쉬었슴’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도 이를 말해준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능력을 습득할 산학 연계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
AI기술 등 산업환경의 변화로 일자리는 더 격변을 겪을 수 있다.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규제 혁신 등 토대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