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도 ‘한강의 기적’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천문대가 1986년 확대개편돼 전자통신연구소 부설 천문우주과학연구소가 됐다.
한편 1989년 한국기계연구소 부설 항공우주연구소가 설립되자 천문우주과학연구소의 우주공학연구실이 통째로 항공우주연구소로 이관됐으며 오늘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기반을 구축하고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천문우주과학연구소는 한국천문연구원으로 개편해 천문학뿐만 아니라 우주탐사, 우주감시 등의 미션을 수행해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천문우주과학과 우주개발은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양 축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이것은 한국이 기적적으로 경제강국이 된 것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한국천문연구원이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전신이 생겼을 무렵 천문우주 관련 학과는 서울대와 연세대밖에 없었다. 우주에 관심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두 연구원의 전신이 자리 잡은 이후 학계와 산업계의 이해와 협조 그리고 언론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우주과학을 홍보함으로써 차차 우주기술 개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해하게 됐다. 그 결과 지금은 20개 이상의 대학에 천문우주와 항공우주 관련 학과가 있으며 경상대에서는 별도의 우주항공 단과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강국에 걸맞는 우주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주개발의 초창기인 1992년 우리나라의 첫 인공위성 우리별1호가 유럽의 아리안 4호에 실려 발사된 순간을 기억한다. 첫 인공위성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전 국민이 환호했다. 우주과학 기술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로서는 우주개발의 첫 헤리티지를 지니고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이후 인공위성센터에서는 독자적으로 우리별 2호, 3호 그리고 100kg의 과학위성 등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2020년대에 들어서서는 우리나라도 달 탐사선을 보내고, 누리호 발사 성공, 다누리 개발 등으로 세계 7대 우주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최근 우리나라는 국제 우주과학 무대에서도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전 세계 우주과학자들이 모여 우주과학의 미래를 논하는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전 세계 55개국 3,000여 명이 참석했고, 약 2800여 개의 학술 발표 등이 이어졌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로는 우주항공청이 미국 나사 등 각국의 우주청 주요 수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주탐사 정책 방향과 주요 미션을 제시했다.
나사 대표로 온 팸 멜로이 부국장은 “한국이 이번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서 우주시대에 중요한 한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며 협력 차원에서 단일한 창구가 생긴 부분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코스파 국제행사의 주제는 팀 스피릿(Team Spirit)‘이었다. 필자는 인류 차원이나 국제협력에서의 팀 스피릿 뿐만 아니라 국내 우주과학계도 팀 스피릿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주항공청이 제시하는 비전에 따라 산하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리고 각 산업계 및 유관기관들이 뭉쳐서 가야 한다. 우주항공청이 창립된 지 약 100일째이지만 전문가집단답게 빠르게 적응하고 국제무대에서의 성공적인 데뷔를 선보였다.
우주는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전 인류의 미래이다. 팀 스피릿을 바탕으로 긴 안목을 가지고 더 넓은 우주로 같이 가 야 한다.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한 팀워크, 팀 스피릿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김두환 천문우주과학연구소(현 한국천문연구원) 초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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