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은행권이 전방위적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강화된 대출 규제인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이 이달부터 시작됐고,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에 이어 대출 만기 축소와 유주택자 대출 중단까지 문턱을 한껏 높이고 있다. 이제부턴 은행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빌리는 게 힘들어지는 것이다. 몇 달 만에 급격히 달라진 ‘대출 절벽’에 주택 구매를 준비해온 실수요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은행들은 지난 두 달 동안 가산금리를 20여 차례나 올렸지만 대출은 더 늘었다. 쉬운 금리에만 손댄다는 정부의 비판에 이젠 대출 만기 축소와 유주택자 대출 중단 조치 등을 내놨다. 대출을 직접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오는 9일부터 유주택자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하고 최장만기도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카카오뱅크도 3일부터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는 무주택자만 받을 수 있고, 만기도 30년으로 줄였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주담대 만기를 줄이는 등 대출 틀어막기는 확산될 조짐이다. 한마디로 초강수를 둔 셈이다.
금리 인하가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폭증하는 가계빚 감축과 부동산 안정화는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영끌’ 대출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과 주담대 잔액은 568조6616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8조9115억 원이 늘었다. 종전 월간 최대 증가폭이었던 7월(7조5975억 원)보다 1조3140억 원이 많다. 8월 30일 하루 만에 무려 1조5881억 원이나 폭증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막차 타기’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스트레스 DSR이 이번달부턴 제1금융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도 반영이 되고, 수도권은 1.2%포인트의 추가금리가 붙게 된다. 하루 차이로 대출 한도가 몇 천 만원이 달라지다보니,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출 옥죄기로 실수요자 피해가 생긴다는 점이다. 서민들은 줄어든 대출에 제2금융권 등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야 할 판이다. 은행들의 유주택자 제한도 급작스럽다. 1주택자라도 필요에 따라 이사할 수 있는데 대출을 아예 막는 것은 과도하다. 대출만기를 줄이는 것도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이 커져 생활 압박이 커질 수 있다. 획일적으로 제한하기 보다 갚을 능력을 꼼꼼하게 따져 제도적으로 거르는 게 맞다. 투기수요를 억제하되 실수요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게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져 벌어진 사태에 애꿎은 서민들이 피해보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