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18억7800만달러로 전체 수출 579억달러 중 20.5%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가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높은 비중으로 한국의 수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을 때 한국은 후발 주자로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불신과는 달리 D램 분야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메모리반도체 강국이 됐다.
이어 2013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반도체가 수출 1위 품목으로 부상한 이후 최근까지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 비중이 이렇게 높아진 것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1992년 처음으로 반도체가 한국 수출 1위 품목으로 부상했는데 당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2위인 의류(8.5%)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2010년대 초반까지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초반 수준이었으나, 2017년에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으며 반도체 수출 금액이 급격히 증가했고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2.6%에서 단숨에 17.1%로 늘어났다.
이후 한국 반도체 수출은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고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그 비중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수출 비중이 이렇게 늘어나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 채 10년도 되지 않은 것이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이렇게 갑자기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이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다가 핀란드의 노키아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인해 한국 수출이 전체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착시효과라는 의견도 있다.
지금은 양호한 상태인 한국 반도체 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수출뿐만 아니라 한국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렇게 걱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선진국들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생산설비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위협을 받고 있어 이러한 우려를 기우로만 여길 수는 없다.
이러한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략무기, AI, 로봇, 항공우주 등을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우리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과 EU 등 경쟁해야 하는 선진국들이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이미 결정된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조차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아 염려하는 것이 오히려 행복한 고민으로, 한국 반도체 수출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걱정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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