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 비율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4000명으로, 이 가운데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20.0%인 11만3000명에 달했다. 지난 4월만 해도 10%를 밑돌았던 장기 실업자 비중이 3개월 만에 20%까지 상승했다. 실업자 5명 중 1명이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8월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8월에 1.9%까지 떨어진 실업률은 장기 실업자들이 결국 구직조차 포기하게 된 ‘실망 노동자 효과’ 탓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의 질 개선이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장기 실업자 2명 중 1명이 청년층이라는 사실이다. 20, 30대 장기 실업자는 5만7000명으로 전체 장기 실업자의 50.4%였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 ‘일자리 미스매치’로 이어진 결과다. 청년들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을 그만둔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장기 실업자 4명 중 1명(24.7%)은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시간·보수 등의 작업 여건 불만족’을 꼽았다.
지난달 수출액이 역대 9월 수출 중 가장 많은 587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까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견인차인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 원어치를 생산할 때 필요한 직간접 취업자 수)는 2.1명으로 전체 산업(10.1명)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수출 외바퀴 성장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역부족이다. 서비스·금융·정보통신·의료 등 내수산업의 볼륨을 키우는 노력이 병행돼야 청년 실업을 치유할 토대가 마련된다.
고용효과가 높은 내수산업을 키우는 것과 함께 성과를 내야 할 부문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처우나 직업 안정성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청년층은 기를 쓰고 대기업·정규직 진입에 사활을 걸게 되고 여기에 실패하면 장기 백수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진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경기 불안정이 심화되면 이같은 이중구조는 더욱 굳어지고 미래 인적 자원인 청년층을 활용하지 못해 한국 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비효율의 고리를 끊으려면 노동시장· 산업구조 개혁으로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데 성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