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1~3분기 한국은행에서 대출한 돈의 누적액이 152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42조1000억원을 상환해 3분기 말 기준 잔액은 10조5000억원이다. 역대 같은 기간 누적 대출 규모를 비교하면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만에 최대다. 세입 추계와 세출 계획이 실제와 어긋나 한은으로부터 ‘급전’을 당겨 쓸 일이 많았다는 얘기다. 정부 지출에 필요한 만큼 세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대규모 세수결손이 벌써 2년째, 정부 재정 운용에 ‘돌려막기’가 일상이 돼선 안된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한은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정부의 일시 차입금 누적액이 종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기록(117조6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대출 횟수도 총 75회로 지난해 65회를 웃돌았다. 그러니 한은에 갚아야 될 이자도 크게 늘었다. 3분기말까지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1936억원으로 역시 지난해 연간 이자액(1506억원)을 돌파했다. 대정부 일시 대출금 누적액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지난 2020년 102조9130억원이었다가 2021년 7조6130억원으로 크게 줄었으나 2022년(34조2000억원)부터 급증세다. 이자도 2021년 9억원, 2022년 273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정부가 재정이 부족할 때 단기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국채 발행과 한은 대출이 있다. 이중 한은 단기 차입은 개인이 자금의 임시 융통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를 올릴 수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부는 일시적 부족 자금을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한은으로부터 차입하기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한은 일시 차입을 기조적인 부족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아 놓고 있다.
2일 정부는 4분기 내 24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와 25조원 규모 소상공인 지원 등을 포함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역시 재정 투입이 필요한 정책인데, 세수 결손은 지난해 56조원에 이어 올해 약 30조원으로 2년째 이어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추경과 추가 국채 발행을 하지 않겠다니 기금 여윳돈과 지출 구조조정으로도 모자라는 돈은 다시 한은에서 임시변통할 수 밖에 없다. 급전에 의존하는 살림은 안된다.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에 역행하는 현실 진단과 세수 확보 대책 수립을 제대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