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3일(현지시간) 5% 넘게 오르며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뉴욕 유가는 사흘 간 8% 안팎으로 치솟았다.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 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물류 차질은 우리나라 수출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또 원유·원자재값 상승은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민생 부담을 가중시킨다. 물가 안정세를 전제로 금리 인하를 도모하는 한국은행 통화 정책에도 큰 걸림돌이다. 정부는 섣부른 낙관론을 설파하기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전망을 국민과 공유하며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뉴욕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전장 대비 3.61달러(5.15%) 오른 배럴당 73.71달러로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12월분)도 3.72달러(5.03%) 상승한 77.6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와 브렌트유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던 1일 이후 각각 7.98%와 8.08%가 올랐다. 중동 충돌 확산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에 “우리는 그것을 논의 중”이라고 대답했는데, 이것이 유가 상승장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타격하고, 중동전이 확대되면 우리 경제는 전방위적 위험에 노출된다. 세계 원유 공급량 3분의 1가량은 중동에서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난해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70%가 넘었다. 중동산 석유 공급의 ‘병목지점’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하루 약 1900만 배럴, 전세계 원유의 20%를 운송하는 유조선이 통과한다. 우리나라는 공급 부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을 감당해야 할 뿐 아니라 원유 수급 자체의 문제까지 맞딱드릴 수 있는 상황이다. 수출입 전선 모두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3년 7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는데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안정화가 큰 몫을 했다. 달리 말하면 유가 급등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한은의 연내 금리인하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부진한 내수도 더 큰 수렁 속에 빠질 수 있다. 중동전 불확실성이 큰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원유 비축량을 점검하고, 공급·수송망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 시장의 변동성 및 물가 불안정 최소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