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 보조금을 비롯한 국가 차원의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재계의 제언이 나왔다. 정부가 일원화된 경제안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5일)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공화 양당 후보가 모두 대(對) 중국 견제를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을 공언하고 중국·유럽·일본 등 경쟁국들도 이에 질세라 자국 산업 보호와 지원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도 정쟁을 멈추고 우리 기업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은 첨단전략산업에 수조~수십조원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세액 공제와 같은 간접적인 지원에 머물고 있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 총 527억달러를 지급하는 ‘반도체 과학법’을 2022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7000만달러 규모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일본은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통해 부품의 최소 50%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조립된 경우 등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에 지난해에만 8억 달러가 넘게 지원했다. 일본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를 경제안보 주요 물자로 보고 완성차·부품 업체에 3500억엔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경협은 보조금 정책이 선점 효과와 승자독식 양상을 보이는 첨단산업에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 확보에 효과적이라며 한국도 미국이 시행 중인 ‘직접환급제도’와 같은 정책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직접 환급제도란 기업이 납부할 세금이 적거나 없는 경우 공제액과의 차액 또는 전부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한경협은 또 장관급 조직인 미국의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과 일본의 경제안보담당관실, 중국의 국가주석 관할 중앙과학기술위원회 등의 예를 들며 우리 정부도 일원화된 경제안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가 외교·안보·경제 역량을 총동원해 총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법·제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겠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경제안보 통합 전략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시스템 정비가 선결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