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6일간의 일정으로 7일 시작됐다. 국감은 지난 1년간 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각종 산하기관 등이 적절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소관 사업을 수행했는지를 국회가 따져보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800여 곳에 달하는 기관을 제대로 감사하는 데도 4주간의 국감 기간이 빠듯할 지경이지만 여야 시선은 온통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 공략에 쏠려 있다. 17개 상임위원회 곳곳이 ‘김건희·이재명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다 국감 본연의 기능이 실종될까 걱정이 앞선다.
민주당이 6일 예고한 국감기조는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부각에 집중돼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 부부의 국정 농단 부정 비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겠다”며 정권을 끝장내는 국정감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증인만 69명을 채택했다. 민주당 주도 법제사법위원회는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천 개입 의혹, 대통령실 관저 불법 증축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며 관련 증인만 40명을 점찍었다.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도 포함됐다. 국토교통위는 김 여사의 양평 고속도로 개발 특혜 의혹, 교육위는 김 여사의 석·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 문화체육관광위는 김 여사 관련 저작권 위반 유튜브 삭제 요청 의혹 등과 관련해 증인·참고인을 부른다. 당내에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 농단 규명 심판 본부’도 구성했다. 말 그대로 전방위적 압박이다. 그러나 김 여사 의혹은 행정부 업무와 직접 관련된 것이 거의 없다. 의혹을 파해치면 안된다는 게 아니라 청문회 같은 별도 형태로 하고 국감은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여당도 야당의 파상공세를 두고볼 리 만무하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내달 내려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이 여사 공격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점을 집중 부각하려 한다. 이 대표가 보궐선거 지원유세에서 “징치(懲治·징계해 다스림)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발언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 현실화 전에 대선을 앞당기려 윤석열 대통령 중도 퇴진을 도모하고 있는 것임을 국민에게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야당이 맞대응하면 막말, 파행으로 ‘국감의 배’는 산으로 갈 것이다.
정부의 실정을 부각해야 존재감이 생기는 야당을 고려하면 얼마간의 정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돼선 안된다. 국감은 정책에 대한 감시와 대안제시로 민생과 안보를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이 본령이다. 김건희·이재명 사안에 대한 진실 규명은 사법기관의 몫으로 맡기고 국회는 국회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