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학생들의 문해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한글날(9일)을 앞두고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거에 비해 문해력이 떨어졌다는 응답이 91.8%에 달한 것으로 나왔다. ‘사건의 시발점’이라는 표현을 두고 학생이 ‘선생님이 왜 욕을 하느냐’고 했다는데 웃을 일이 아니다. ‘두발 자유화’의 두발을 두 다리로, 족보를 족발 보쌈 세트로 알거나,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을 알지 못하는 등 답답한 사례가 적지 않다.
걱정스러운 것은 해당 학년 수준에 비해 문해력이 떨어지는 학생이 21% 이상이나 된다는 점이다. 교사 절반이 학생 5명 중 1명은 글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심지어 교사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응답도 30.4%였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조차 곤란한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응답도 21.4%였다.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6월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 결과’로도 확인된다. 중학교 3학년생의 국어 과목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82.9%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61.2%로 급감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의 국어 과목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77.5%에서 52.1%로 떨어졌는데 속도가 가파르다.
비단 초중고교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추후 공고’라는 말에 어느 고등학교냐는 질문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이 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부모가 아이들 가정통신문을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을 우스갯소리로만 들어선 안된다. 오래 교단에 서온 교사들은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 사용이 늘어난 이후 문해력이 확 떨어진 걸 느낀다고 한다. 편집된 영상과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문자와 멀어지고 사고하는 힘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면 학업 성취는 물론 자기계발과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것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문해력 결핍이 계층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교사와 전문가들은 문해력 개선에 독서만한 게 없다고 한다. 어휘력과 맥락을 이해하는 힘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진단과 함께 개선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