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지난 4년간 현대차그룹은 순이익 3배, 시가총액 2배, 매출 54% 증가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수익성은 세계 2위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을 따라잡았고 판매량은 글로벌 3위다. 미국에선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량 10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 제조업에서 그것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넘어서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목할 점은 수익성 증대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건설 등 29개 계열사(연결 대상 계열사 제외)의 지난해 순이익은 27조2272억원으로, 정 회장 취임 직전 해인 2019년(8조9784억원)보다 세 배 많다.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10.7%로, 글로벌 ‘톱 5’완성차업체 중 가장 높다. 지난 8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을 각각 A등급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세계 3대 신평사(S&P·무디스·피치)가 모두 A등급을 준 게 당연하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치열하게 붙는 자동차시장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업계에선 정 회장의 시장 트렌드를 꿰뚫는 안목과 빠른 실행력, 과감한 투자가 도약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현대차도 반도체 부족에 직면했지만 정 회장 지시로 대체 소자를 직접 개발해 생산량을 유지했다. 그 덕에 2020년 글로벌 판매 4위에 올랐다. 2023년엔 730만4282대를 판매해 도요타·폭스바겐에 이어 ‘톱 3’로 자리 잡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경청의 리더십도 좋은 본보기로 회자된다. 수시로 임원들로부터 1 대 1 보고를 받고 장시간 토론을 이어가는 데 판단이 서면 빠르게 실행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전략도 그 일환으로,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RV·제네시스 비중은 전체의 60% 이상, 기아는 미국에서 RV 판매비중 78%를 기록했다. 고부가가치제품이 현대차의 질적 전환을 이끈 셈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와 배터리 안전성 확보 등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수소,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의 수익성 확보도 핵심 과제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수소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 미래 10년을 내다본 기술투자와 파괴적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