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 간 부의 차이’에 대해 연구해 온 다론 아제모을루와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스타 작가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아제모을루 교수는 로빈슨 교수와 함께 펴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각국의 제도가 어떻게 흥망성쇠를 결정하는지, 존슨 교수와 공저한 ‘권력과 진보’에서 기술 진보가 어떻게 사회 불평등을 늘렸는지를 각각 다룬 바 있다. “국가의 성패는 지리적·역사적·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제도에 의해 결정되며, 포용적 제도가 국가번영의 열쇠”라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아제모을루·로빈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고대로마 시대부터 현대 중국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떤 국가가 성공하고 어떤 국가가 실패했는지를 분석했다. 이들이 국가 번영의 이유를 찾기위해 주목한 국가가 한국이다. 두 사람은 제도를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로 분류하고 포용적 제도가 국가 번영을 이끈다고 설명한다. 포용적 제도는 사유재산 보장과 법치주의·민주주의 등을, 착취적 제도는 독재와 권위주의 등을 지칭한다. 남북한은 분단되기 이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서로 다른 제도 속에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격차가 열 배 이상으로 벌어진 사례라는 분석이다. 1945년 광복을 맞았을 때 많은 지식인이 공산·사회주의를 이상적 제도로 인식했고 실제 북녘은 공산주의를 선택했지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토대로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이 남북한의 운명을 갈랐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대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결단과 안목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오늘날의 번영을 불러온 초석임은 분명하다.
인류 문명사를 바꿀 미래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의 소수 독점에 대한 경고도 새겨 들어야 한다. 아제모을루·존슨 교수가 함께 쓴 ‘권력과 진보’는 정치·사회적 권력과 기술 발전 방향 간의 관계를 탐구했다. 두 사람은 기술 발전의 혜택이 일부 특권 계층에만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세 유럽에서 농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긴 부를 귀족들이 독식한 것처럼 AI 등 디지털 혁신이 소수의 기술 리더와 그들의 기업를 살찌우는데 기능하도록 놔두선 안되고 인간친화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기술과 민주성의 통합 발전은 세계가 안고가야 할 화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인생 책’으로 아제모을루·로빈슨 교수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꼽았다. 포용적 제도 설계와 첨단기술의 민주성 확대로 사회적 양극화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번영하는 대한민국의 토대를 만들어주길 바란다.